최근에 있었던 검찰의 법무법인 압수수색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의 비밀유지권과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선거를 앞둔 대한변호사협회장 후보들도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은 공정한 재판과 원활한 사법기능 보장을 위해 모든 법치국가에서 인정하고 있는 핵심적 장치다. 검찰의 법무법인 압수수색이 문제 되는 것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본질적으로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해외에서도 변호사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은 오랜 논쟁의 대상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1년 2월 15일 Heino v. Finland 판결 등을 통해 변호사 사무실이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전에 사법기관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사후에 충분한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유럽인권협약 제8조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대법원은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변호사가 범죄에 가담했다는 충분한 의심이 있을 경우 압수수색을 불허함으로써 수사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2021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보호와 방어권 보장 강화를 목적으로 변호사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요건과 절차를 강화해 2022년 3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는데 최근 입법례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먼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규정한 서조(序條,article préliminaire)를 개정해 방어권 행사와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의 존중은 형사소송법의 관련 규정에 의해 보장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형사소송법 제57-1조 이하 규정에서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와 요건을 대폭 개정했는데 지방변호사회 회장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변호사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사 또는 수사판사에 의해서만 할 수 있고 반드시 지방변호사회 회장 또는 대리인의 입회하에서만 가능하다. 압수수색을 위해서는 사전에 판사에 의한 서면 허가가 있어야 하고 관련 수사서류에는 범죄사실과 변호사가 본범 또는 공범으로 가담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포함되어야 한다. 지방변호사회 회장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하고 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유일하게 해당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관련 수사기밀을 누설할 수 없고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압수수색 진행 과정에 대한 모든 사항은 조서에 기록되고 지방변호사회 회장 또는 그 대리인은 압수수색의 위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압수물은 봉인되어 보관된다.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이의제기한 경우 지체 없이 봉인된 압수물과 함께 우리의 영장전담판사와 유사한 석방구금판사에게 사건이 송부된다. 이 경우 5일 이내에 이유를 붙인 결정으로 판결하여야 하고 그 결정에는 불복할 수 없다. 결정을 위한 재판에는 필요할 경우 검사, 압수수색을 당한 변호사, 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출석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결정되면 즉시 압수물을 반환하고 조서는 폐기된다. 이와 별도로 형사소송법 제60-1-1조 이하에서 변호사의 이메일 등 디지털통신에 대한 압수수색, 변호사에 대한 통신감청 등도 유사한 사법적 통제하에 할 수 있도록 상세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검찰이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한 관련 사건은 대장동 개발 비리와 쌍방울 그룹 횡령 배임사건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기업사건을 변호하던 대형 법무법인에 대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지만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는 것은 사법의 신뢰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보장이 중요한 가치이지만 변호사가 직접 범죄에 관여하거나 증거인멸 등 적극적인 범죄세탁에 가담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와 프랑스 사례 등을 참고해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 기준과 절차를 본격적으로 정립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김종민 변호사(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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