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의 양대 지주는 조정과 중재이다. 사적자치는 조정과 중재의 법적 기초이다. 조정과 중재를 결합하는 혼합적(hybrid) 방식의 활용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사적자치의 원칙이 적용된다. 혼합적 방식의 분쟁 해결과 관련하여 동일한 분쟁 사안에서 조정인과 중재인을 동일인으로 선택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핵심적 쟁점이다.
Med-Arb(Mediation and Arbitration)은 당사자가 우선 조정에 의한 분쟁 해결을 시도하고, 조정에 의하여 화해 합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에 구속적인 절차인 중재를 개시하는 것이다. 그 장점은 조정절차에서의 교착상태를 해소하여 극단적 대립관계인 소송절차로 발전하지 않고 중재로 분쟁이 종료된다는 점이다. 이는 조정이 가지는 유연성과 신축성 그리고 중재가 가지는 구속력을 결합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조정에서 자유로운 대화가 제약될 수 있고,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조정인으로 활동하던 중재인이 이를 알게 되면 별석조정에서도 흉금을 터놓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조정에서의 자료나 정보가 중재에서 활용될 경우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는 단점을 지적하기도 한다(정용균, '미국의 조정-중재(Med-Arb) 제도에 관한 연구', 중재연구 제24권 제1호, 2014. 102면). 그러나, 조정이 성립한 경우에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합의에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정인을 양 당사자가 서면으로 합의하여 중재인으로 하여 조정에서의 화해 내용을 중재판정으로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중재는 최종적이며 구속적인 결정인 중재판정(Award)을 내리는 것이 핵심이다. 중재의 부수적 기능으로 당사자의 자발적 합의를 촉진하거나 유도하는 권능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상사중재협회(JCAA) 상사조정규칙 (2020) 제27조(화해에 기한 중재판단)에 “당사자 간에 화해가 성립된 경우, 당사자는 서면에 의한 합의에 의하여 조정인을 중재인으로 선임하여, 화해의 내용을 중재판단을 하도록 동일한 중재인에게 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율 방식은 조정과 중재를 결합하여 조정의 집행력을 효과적으로 부여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대한상사중재원 국내중재규칙(2016) 제39조에서 “당사자는 중재절차 중 언제든지 그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서면에 의한 합의로 대한상사중재원 조정규칙에 따른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정인은 중재인과 다른 사람으로 선임한다”고 조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조정인과 중재인이 겸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규칙(2016)에는 이러한 조정 조항을 두고 있지 않아 Arb-Med의 혼합적(hybrid) 방식의 활용에 있어 규율 공백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대한상사중재원에서는 국제조정규칙을 성안 중에 있으나, 현재 시행 중인 조정규칙(2012)에서는 국내와 국제를 구분하지 않고 있으며, 조정절차 중의 중재에 관한 Arb-Med에 관하여 아무런 규율을 두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조정과 중재의 경우 분쟁 해결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나 집행력의 확보 등을 위해 양자를 결합하는 혼합적(hybrid) 방식의 활용이 적극 모색될 필요가 있다.
행정형 조정에 있어 당사자의 주도적인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을 도모하는 촉진형 조정을 먼저하고, 보충적으로 평가형 조정을 시도하는 혼합적(hybrid)방식의 활용이 필요하다. 조정인의 역할과 관련해 촉진형 조정에서는 대화가 핵심이므로, 조정인은 양 당사자의 대화를 경청하여 질문과 대화 스킬을 통해 과거의 문제로부터 미래 관계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성공적 조정의 요체이다.
이러한 혼합적 방식의 모델로는 2가지 방향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Arb-Med로 중재인이 Arb-Med 절차에 있어서 조정적인 방법을 택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서 이러한 것은 재판에서 조정이나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 허용되듯이 중재에 있어 중재판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용인되므로 조정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Vgl. Mag Matthias M. Pitkowitz/ Mag. Marie-Therese Richter, 'May a Neutral Third Person Serve as Arbitrator and Mediator in the same Dispute?', SchiedsVZ 2009, S. 225 f.) 그런데 중재인이 같은 분쟁 사건에 있어서 조정인과 중재인을 겸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상사중재협회(JCAA) 상사중재규칙(2021) 제58조 제1항과 제59조 제1항에서 기본적으로 조정인과 중재인은 겸하지 않고 중재절차에서 당사자의 서면합의가 있으면 중재인과 다른 조정인을 선임할 수 있지만, 서면합의에 의하여 중재인을 조정인으로 선임할 수 있고, 이 경우 중재인이 조정인을 겸하는 것을 이유로 당해 중재인을 기피 신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륙법계와는 달리 영미법에서는 중재인이 조정인을 겸무하게 되면 비밀유지의무에 반하는 것으로 보아 양자를 분리하여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싱가포르의 Arb-Med-Arb 방식이 바로 이에 해당하는데,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와 국제조정센터(SIAM) 간의 연계 방식이다. 2014년 11월 5일 싱가포르는 국제중재센터(SIAC)와 국제조정센터(SIMC) 사이의 AMA(Arb-Med-Arb) 의정서에 따라 조정과 중재를 연계하여 다루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3단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1단계는 중재절차를 접수하면 그 절차는 중지하고 2단계는 조정센터로 넘겨 중재인과 분리된 조정인에 의하여 조정절차를 밟고 3단계는 중재센터로 다시 보내 조정이 성립하면 집행력 부여를 위해 합의된 중재판정을 내리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에는 중재판정을 내리게 된다.
둘째로, Med-Arb에서 조정으로 진행하다가 중재절차를 통해 종국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ADR시스템 안에서 혼합방식에 의한 조정과 중재의 연계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미국중재협회(AAA)는 동일한 중립인이 동일한 심리에서 조정인과 중재인으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듯이, 영미법계 국가의 경우에는 조정인과 중재인이 지위를 겸유하는 것에 대하여 비판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의 경우에는 사적자치의 관점에서 당사자가 동의하게 될 경우에 조정인과 중재인을 겸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Mag Matthias M. Pitkowitz/ Mag. Marie-Therese Richter, a. a. O., S. 225 f, Axel Reeg, 'The New Arb-Med-Arb Protocol of Singapore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er', IWRZ 2015, S. 16.) 결론적으로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조정과 중재는 완전히 독립된 제도로만 운영될 것은 아니고 혼합적(hybrid) 방식이 가능하고 적극 활용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기책임성에 입각한 사적자치의 원칙은 혼합적 분쟁 해결의 경우에도 본질적으로 당사자가 자발적 동의를 하게 되면 조정과 중재의 혼합방식인 Med-Arb이 허용된다. 이와같이 혼합적 분쟁 해결의 기본전제는 조정에 있어서 당사자 자치의 원칙이고 당사자 간의 명시적인 합의가 기본이라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ICC조정규칙 제10조 제4항에서 “조정인은 본 규칙하에서의 심리에 있어서 어떠한 점에 대하여도 재판, 중재 또는 이와 같은 심리에 있어서 증언을 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단서에서 모든 당사자 및 조정인 사이에 서면에 있어서 별도의 합의가 있는 경우나 준거법에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中村嘉孝, '國際上取引紛爭における調停', 神戶外大論叢 73卷, 2021. 4, 30面)
이와 함께 행정형 조정에서 조정과 중재의 결합과 관련 있는 의미 있는 입법례가 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약칭 의료분쟁법) 제43조에서 “당사자는 분쟁에 관하여 조정부의 종국적 결정에 따르기로 서면으로 합의하고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당사자가 조정부의 종국적 결정에 따르기로 서면으로 합의하고 중재를 신청할 수 있고, 중재 신청은 조정절차 계속 중에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조정절차에 제출된 서면 또는 주장 등은 중재절차에서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행정형 조정에 있어 촉진적 조정과 평가형 조정의 결합이 필요하다. 촉진적 조정은 조정인은 중개인에 그치고 당사자 간의 대화를 통한 자기주도적 분쟁해결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행정형 조정 중 직권조정이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은 평가형 조정에 해당한다. 우선적으로 당사자의 주도적인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을 도모하는 촉진형 조정을 먼저하고 보충적으로 평가형 조정을 시도하는 것이 적절하다. 조정인의 역할과 관련하여 촉진형 조정에서는 대화가 핵심으로, 조정인은 양 당사자의 대화를 경청하여 질문과 대화 스킬을 통해 과거의 문제로부터 미래 관계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성공적 조정의 요체이다. 아울러 조정인은 조정절차의 형성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 미래지향적 해결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조정인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나 직권조정 방식은 조정인이 단순한 절차의 주재자를 넘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자의 지위에서 하는 분쟁 해결 방식이므로 이러한 조정에서는 전문적 역량이나 해당 분야에 정통할 필요가 있다.
김용섭 교수(전북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