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아들이 셋입니다. 어쩌다 보니 둘은 취향이 비슷한데 한 녀석은 취향이 나머지 둘과 조금 다릅니다. 무언가를 정할 때마다 2:1의 구도가 형성되니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저희 집은 독재국가를 표방하였습니다. 지도자인 엄마 아빠의 결정이 가장 합리적이고 아이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통치이념에 따라 아이들의 의사보다는 엄마 아빠가 먹이고 싶은 것, 경험시켜 주고 싶은 곳 위주로 의사결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권불십년이라 했던가요. 아이들의 머리가 굵어지고 자기 의사표현들이 분명해지면서 독재국가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아들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강력히 표출하며 독재자의 권력이 급속도로 약화되었는데 문제는 항상 의견이 갈린다는 것이었습니다.그런데 이놈들은 어디서 배워왔는지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다수결을 지고지순의 가치로 내세우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되니 취향이 비슷한 둘이 항상 유리한 선택을 하게 되고, 슬퍼하는 한 명을 볼 때마다 전(前) 독재자는 소수자 보호를 위해 무력 개입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이미 권력을 잃은 전 독재자는 더 이상의 무력 개입을 포기하고 다수결의 문제점을 여러 번에 걸쳐 가르쳐 줬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다수결의 달콤함을 잃기 싫었는지 그럼 아주 가끔 소수자의 선택을 허락해주겠다는 식으로 다수파의 은혜로움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으나 왠지 모르게 소수자는 계속 억울합니다. 시간은 흘러 의사결정의 경험이 많아지고 나이도 들면서, 또 다수파 두 명 사이 내분도 생기면서, 이 녀석들 기특하게도 서로 토론을 하며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피자를 먹을 테니 대신 그다음에 네가 좋아하는 치킨을 먹자”라고 제안을 합니다. 저는 다음에 치킨 사준다 약속도 안 했는데 말입니다. 한번 권력을 잃은 독재자는 그저 지켜봅니다. 토론과 숙의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이익을 사수하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양보 없이 치킨을 먹고 싶은 날 말이죠. 이런 날 세 아들이 활용하는 민주주의 도구는 ‘사다리’ 아니면 ‘가위바위보’입니다. 2명의 다수팀도 1명의 대표만 내보내 가위바위보를 1:1로 하니 안건조정위원회가 이런 것일까요. 공정한 과정이 보장되니 결과에 승복도 잘하는 편입니다. 간혹 가위바위보에 진 녀석이 "그래도 오늘 치킨 먹으면 안 돼?"라고 징징대면 나머지 둘이 쿨하게 "그러자"고 양보하는 날도 있고 나날이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있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우리나라 국회도 가위바위보나 사다리로 의사결정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론과 숙의 없는, 양보 없는 다수의 횡포가 얼마나 상대를 억울하고 아프게 하는지 저희 집 아이들은 이미 깨달았는데 말입니다.차호동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카테고리 인기기사 1[월요법창] 진정한 행복이란 2[월요법창] 안티고네, 헌법재판 3[월요법창] 비정상적 성적 만족행위·교섭행위 4[월요법창] 이색렬 어쩔티비 5[월요법창] 미묘한 균형
한 주간 인기기사 1[LG家 상속재산 분쟁] “유언장 속였으므로 상속합의는 무효” VS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모두 서명날인” 2노소영 관장, 이혼사건 항소심 소송대리인으로 서정, 김수정 변호사 등 선임 3로펌, 압수수색 피해 해외 클라우드로 ‘망명’ 4[202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4) 행정법 - 고범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5상속, 재산분할 등 사건에서 법조 ‘큰 시장’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