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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논단] 중대재해 정책, ‘규제’에서 ‘자율’로의 패러다임 전환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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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11. 28.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현재의 사고사망만인율 0.43(퍼밀리아드)를 2026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0.29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4대 전략과 14개 핵심과제를 발표하였다. 이번 로드맵은 위험성 평가 제도를 중심으로 한 자율적 예방체계 확립을 통한 중대재해 감축이 핵심적 내용으로 이해되며,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대응 정책에 있어 기존의 ‘규제 및 처벌’보다는 ‘자율과 예방’에 보다 중점을 두고 향후 정책을 수립·시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서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그 성격상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와 처벌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선진국들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로드맵에 담긴 내용이 로드맵에서 언급하고 있는 1972년 영국의 로벤스 보고서의 자율규제의 입법 철학을 도입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보인다.


로드맵은 ①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기 규율 예방체계 확립 ②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 분야 집중 지원·관리 ③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의식 및 문화 확산 ④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 등 4대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①의 내용이 주로 ‘자율규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고, 그 외의 경우들은 대체로 제도개선 측면이 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로드맵에 제시된 ①부분을 보면,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율규제를 표방하면서도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미실시에 대해 형사처벌을 부과하며, 실질적으로 사고 발생 위험이 있는 작업공정을 중점적으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기업규모나 작업별 특성에 맞는 위험성 평가 기법을 개발·보급하며, 정기감독을 위험성 평가 중심으로 전환하고, 산업 안전보건 법령과 기준을 정비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들은 제도개선 방안들로 이해가 되고, 고용노동부가 기존에 추진하여 왔던 산재예방 계획들의 내용과 다른 획기적 수준을 담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이번 로드맵에 담긴 자율규제가 노사가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위험성 평가를 통해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정도의 의미라면 이를 자율규제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율규제는 기업의 환경이나 상황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기업마다 내재하는 위험성이 달라 외부 규제 방식을 통한 포괄적 대처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자체적인 위험성 평가를 통한 자율규제의 방식으로 산업재해에 대처하고자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들이 취하여야 할 행위규범을 제시하고 이에 따르도록 하는 것과 함께 각 기업이 노사의 참여하에 자체적인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자율적인 행위규범을 만들고 이행하는 경우 이를 법령의 준수로 인정하는 것에 자율규제의 핵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
사업주가 자율적인 위험성 평가 통해
자체규범 제정,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로드맵에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처벌규정과 예방규정으로 나누어 처벌규정은 간결하게 정하여 법규성을 유지하고, 예방규정은 구체적으로 고시나 기술가이드 형식으로 정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안전보건규칙에서 간결한 내용으로 사업주가 지켜야 할 규범을 처벌규정으로 정립하고, 세부적인 사항들은 하위의 고시에 풍부히 담는 경우, 고시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안전보건규칙과 합쳐져 처벌법규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업주로서는 현재보다 더 많은 이행 및 처벌의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관계법령 개선에 있어 사업주가 자율적인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자체 규범을 만들고 이를 관계당국의 승인을 받아 이행하면 법령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율규제 측면이 보다 고려될 필요가 있다. 역량 있는 기업을 선정하여 위험성 평가를 통한 자율적 행위규범을 제정·시행하도록 시범 실시해 보는 것도 자율규제로의 전환을 위해 시도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규제’에서 ‘자율’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로드맵에서 제시한 자율규제가 향후의 중대재해 대응 정책에 있어 방향타 역할을 함으로써 모든 사업장을 재해 없는 ‘안전한 일터’로 만드는데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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