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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의 지재 공방] 입법은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모두 갖추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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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모든 창작자에게 ‘공정한 보상’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썼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과 “바람직한 입법이 가능하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후자는 입법의 정당성에 관한 것이다. 몇 차례 공청회를 열었다고 갖추어지지 않는다.

‘공정한 보상’의 핵심은 ‘추가 보상’이다.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에 따르면, 당초 계약에서 정한 창작자의 보상과 이용자의 수익을 비교하여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에 인정된다. 이는 독일 저작권법을 모방한 것이다. 그런데 2021년 독일은 ‘현저한 불균형’이란 기준을 ‘부적절하게 낮은’으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그 기준이 종전보다 완화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우리도 기준 변경의 전후 사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추가 보상을 허용하는 ‘계약 수정 메커니즘’의 채택은, 민법상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 계약 내용의 수정은 형평에 어긋난 정도나 불공정성이 중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해서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당연히 학계나 법조계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사재판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창작자에게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법률을 만들려면
우리 문화산업환경에 적합한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의 제도적 기원은 1957년 프랑스 저작권법이 도입한 비례보상 규정이다. 2002년 독일은 프랑스 저작권법을 참조하여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저작권법에 받아들였다.

눈여겨 볼 것은 독일의 입법 과정이다. 독일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하는 입법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민법과 저작권법에 두루 정통한 학자 5명에게 개정초안을 의뢰하였다. 그 후 이들이 제시한 개정초안(교수초안)을 기초로 2년여의 검토 작업을 거쳐 최종 개정안이 마련되었다. 이를 토대로 제정된 것이 2002년 개정 독일 저작권법이다.


아무리 좋은 법률이라도
필요성만을 강조하여 서두르면
‘부실 입법’이 되고 만다.


독일 저작권법의 ‘공정한 보상’이나 프랑스 저작권법의 ‘비례보상’ 제도는 창작자에게 공정한 보상을 보장하는 모범적인 입법례이다. 이는 2019년 제정된 유럽연합의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 제18조가 프랑스의 ‘비례보상’을, 제20조가 독일의 ‘공정한 보상’을 본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외국의 법제도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우리와는 다른 사회 문화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문화·경제·역사적 배경이나 생활감정에 부합하는지, 다른 법률들과 부딪치는 대목이 없는지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그래야 모든 창작자에게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제대로 작동하는 법률을 만들 수 있다.

입법의 필요성만을 강조하여 서두르면, ‘부실 입법’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부실 입법’을 견뎌야 하는 우리 자신에게는 ‘비극’이 되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 틀림없다. 연말 특집으로 ‘웃기고 슬픈 드라마’가 국회에서 연출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성호 교수(한양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