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

법의 신(新)과 함께

메뉴
검색
법의 신(新)과 함께

[법의 신(新)과 함께] 행정청이 민원인을 바라보는 시선

2022_withnewlaw_han.jpg

 

공익단체에서 일하다 보면, 다양한 민원성 전화를 받게 된다. 왜 당장 자기를 도우러 오지 않느냐고 욕설하는 사람, 인권을 침해하는 가짜 공익변호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일개 변호사가 겪는 일이니, 일년에 천만 명 단위의 출입국자를 담당하는 출입국외국인청 공무원들이 겪는 고초가 얼마나 클까 싶다.

외국인보호소는 출국 대상 외국인들이 출국 시까지 잠시 대기하는 시설이다. 통계적으로 대부분 10일 이내에 출국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을 감옥 같은 곳에 모조리 가두는 것으로 행정절차를 시작하니 별의별 마찰이 다 생긴다. 법무부는 이런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단히 획기적인 대응책을 수립한 것처럼 보인다. 고민할 것 없이 간단히 힘으로 제압하면 된다. 이곳의 ‘악성 민원인’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16종의 구속 장비를 도입하고, 더 체계적으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보호규칙안이 지난 5월 입법 예고되었다.

관계부처는 물론, 법무부 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논란 끝에 지난 7월, 법무부 장관은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 후 5개월 가까이 지난 12월 5일, 별도의 입법예고 없이 외국인보호규칙이 공포되었다. 또 이견이 있을까 걱정되었는지 수정안은 관계부처 의견조회조차 거치지 않았다. 내용을 보면 법제도 개선을 선언하였던 지난해 10월 이후 14개월의 시간이 무색하다. 결과적으로 추가되는 보호장비의 종류가 조정되었을 뿐, 핵심은 보호장비 7종류를 추가로 도입하고, 요건을 정비하여 ‘체계적인 강제력 행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보호소에서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면
근본적 이유·내용 살펴 개선하는 것이 먼저


이것이 법무부 장관까지 유감을 표명한 공무원의 외국인 학대 사건의 후속 대책이라는 점이 당황스럽다. 여러 기관에서 이 사건의 위법성과 인권침해를 인정하였으나 문제에 대한 반성은 빠지고, ‘강력한 응징’만이 남았다. 주민센터에서 민원이 빈발하면 공무원이 직접 위력으로 진압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만약 외국인보호소에서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면 그 근본적인 이유와 내용을 살펴 이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언어의 장벽은 갈등을 키우는 주된 요인이다. 외국인보호소에는 다양한 국적의 수많은 외국인이 오가며, 심지어 여성, 아동, 장애인, 환자, 노인이 뒤섞여 있음에도 상주 통역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는 외국인보호소에 따로 배정된 통역 관련 예산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이 안 통하니 어려움을 말하려면 극단적인 방식으로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출국 지원시설’에 불과한 외국인보호소를 감옥보다 더한 극도로 폐쇄된 방식으로 운영하니 불안감을 키우고, 출국하려는 사람조차 신변을 정리하기 어렵다. 국내에 자녀를 두고 온 엄마, 직장에서 월급을 못 받고 온 노동자, 전셋집 보증금을 못 받은 세입자들이 내 얘기 좀 들어달라며 악다구니를 쓰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공무집행을 방해’했으니 사지를 묶어 가두어두겠다는 것이 출입국외국인청이 제시하는 민원 처리의 해답이다.

개정된 외국인보호규칙은 내년 3월 시행이 예고되었다. 지난 1년 넘는 시간을 ‘어떻게 강제력을 행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에 보낸 법무부는 남은 기간이라도 ‘어떻게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한재 변호사(사단법인 두루)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