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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내하도급 판결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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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일부 공정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노동자를 고용한 하청기업과 위탁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 하청노동자는 원청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이 이른바 간접고용 또는 외부노동력 활용이다. '사내하도급'도 이에 속한다.

그런데 이러한 외부노동력 활용이 파견법이 적용되는 파견인지,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 도급인지 벌써 25년 넘도록 노사가 다투고 있다. 불법파견이라는 판단을 받으면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의 노동자가 되어 결국 하청기업은 폐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입법자가 도급과 파견의 구별을 깔끔하게 법률로 구체적으로 정하였다면 문제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파견법은 도급과 파견 구별기준을 법률로 정하지 않았다. 법원이 결정한다. 그러나 이에 뒤따르는 문제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민주적 법치국가이다. 그런데 외부노동력 이용에 대해 법관이 최종적인 결정을 하기 때문에 '법치국가'는 '법관국가'로 변모한다.

그러나 외부노동력 이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기준은 그러한 법관국가의 일반적 한계를 넘는다. 처음에는 파견과 도급 구별의 결정적 기준으로서 지휘·명령권의 행사 여부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판단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한'지휘·명령이라 하여 양적 수준이 확대되었다. 원청 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직접적 혼재작업 여부의 기준도 두 노동자들이 서로 격리되어 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기능적'으로 공동작업을 하면 족한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접공정에 하청노동자들이 투입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간접공정에 투입되는 경우도 원청의 지휘·명령에 복종한다고 하여 파견 인정 범위를 확대하였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들의 변화는 법인식의 발전이나 진화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법관국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대법원이 입법자가 되어 하청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한 입법행위를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물론 파견과 도급 구별에 관한 입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재판을 거부할 수 없는 법원은 대체입법자로서 재판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대체입법행위에 있어서 대법원은 참가 당사자들의 기본권을 조화롭게 하고 방법론적으로 엄격하게 통제된 기준에 따른 판결을 하여야 한다. 어느 특정 당사자들의 보호를 위한 판결은 대체입법자의 한계를 벗어난다. 민주적 법치국가에서의 그와 같은 입법은 오로지 입법자만이 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은 "원청의 지휘·명령 여부, 원청 사업장으로의 편입 여부, 주요 작업조건에 대한 하청의 독자적 결정 권한 여부, 하청노동자와 원청 노동자의 업무구별성과 하청노동자 업무의 전문성과 기술성 여부, 하청의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한 독립적 기업조직 구비 여부 등의 요소를 종합하여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도 문제다. 이 기준들은 도급과 파견구별의 요건은 아니다. 요건이라면 어느 하나의 요건만 결여되어도 파견이 부정된다. 대법원은 이 다섯 가지 기준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사건이 도급인지, 파견인지는 기업으로서는 알 수 없고 대법원 판결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법원 판결까지의 법적인 안정성과 사업수행을 위한 예측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원청이 전산관리시스템(MES)를 이용하여 생산공정을 관리·통제하는 경우이다. 최근 대법원 판결들은 제조공정에서 활용되는 MES가 연동되어 있으면 파견이라고 본다. 전체 작업공정을 전산관리시스템으로 들여다보고 지시를 하기 때문에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사용사업주로서 지휘·명령을 한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한 모든 기업들이 도급에 기반한 외부노동력을 활용하여도 (불법한)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될 소지가 높다.

그러나 원청과 하청기업이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의 내용을 그대로 실행하는 경우는 당사자들이 의욕하는 계약의 효과와 명칭이 인정되어야 한다. 독일의 재판실무는 이렇게 한다. 따라서 하청노동자들의 업무수행이 원청과 하청의 작업수행 기본틀을 만드는 협약 체결 → 이를 구체화하는 계약 체결 → 이에 의거하여 원청의 작업사양서 작성 → 이를 토대로 하청의 구체적 작업표준서 작성 → 원청의 전체 공정 전산화 통제·관리로 된다면 계약의 형식과 실제 내용이 일치한다. 이런 경우 독일 판례들은 이른바 '도급목적의 지시권'을 인정한다. 이 지시권이 전산관리시스템을 통하여 행사된다고 하여 근로자파견으로 보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 대법원은 전통적으로 민법상 도급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므로, 결과 발생이 필요하지 않은 노무도급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러나 계약의 형식과 내용 및 실제 수행이 일치하는 한 그 계약관계는 파견이 아니다. 그럼에도 파견이라고 한다면 계약을 강제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지금처럼 하청노동자 보호를 위해서 (불법)파견인정의 범위를 확대한다면 외부노동력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는 노동력 이용을 위한 노동시장을 경색시키게 된다. 파견법 제·개정의 입법사를 보면 파견법의 규범 목적은 인력 활용의 다양화와 파견근로자 보호에 있다. 외부노동력 활용에서는 이 두 가치기준이 조화롭게구축되어야 한다.

도급이 아니면 파견이라는 대법원의 논리는 맞지 않다. 도급이 아니라면 그것은 비(非)도급이지 파견이 아니다. 그 비도급 속에 공정운용계약이나 산업용역서비스계약, 혼합계약, 무명계약이 포함된다. 대법원 판결은 외부노동력 활용을 위한 그와 같은 계약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외부노동력 활용을 파견으로 몰아가는 입법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지금처럼 하청노동자 보호를 위해서 (불법) 파견인정의 범위를 확대한다면 외부노동력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는 노동력 이용을 위한 노동시장을 경색시키게 된다. 파견법 제·개정의 입법사를 보면 파견법의 규범 목적은 인력 활용의 다양화와 파견근로자 보호에 있다. 외부노동력 활용에서는 이 두 가치기준이 조화롭게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들은 하청근로자 보호를 위해 파견법을 확대적용함으로써 하청근로자들을 원청의 근로자로 만들고 있다.

중세사회로부터 근대사회로의 이행은 '신분으로부터 계약'으로의 변화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들은 그와는 반대로 하청노동자에게 원청 노동자라는 '신분적' 지위를 인정한다. 하청노동자 보호가 필요하다면 이와 같은 신분적 지위의 보장 보다는 하청노동자의 개별적 근로조건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


김영문 명예교수(전북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