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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의 자유와 유언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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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개봉했던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주인공 앤 해서웨이는 젊은 나이에 성공한 회사대표다. 그녀는 남편의 외도를 인생 경험이 풍부한 인턴 로버트 드니로에게 울면서 털어놓는다. 어쩌면 이혼을 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다는 것은 슬프다. 그런데 그녀가 하는 말은 죽은 후에 혼자 외로이 묻힐 것이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묻힌 묘지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어 사후에 쓸쓸할 것을 걱정하는 의외의 대사를 들으며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나는 나중에 어디에 묻히고 싶나. 그런데 내 바람대로 이루어질까.

일찍이 대법원은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은 유체·유골의 처분 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에 관한 망인 자신의 생전 의사 내지 감정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유체·유골의 처분 방법이나 매장장소의 지정이 법이 정한 유언사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피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제사 주재자가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위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의 반대의견은 망인의 인격권을 근거로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 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에 관하여 한 의사표시는 제사 주재자에게 법률적 구속력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 매장장소 지정 등 유언사항에 해당하지 않아
독일, 유언의 방식으로 유언 집행까지 지시 가능해
피상속인 유지 최대한 존중되는 법적시스템 마련을


망인이 소유하던 물건에 대한 처분은 유언에 따라 그의 의사대로 귀속되는데(물론 유류분의 제한이 있다), 어떠한 물건보다도 더욱 현저하게 그에게 속하여 그 의사에 의하여 지배되던 그의 몸에 대하여는 그 성질상 더욱 그러하여야 한다는 위 반대의견은 사자(死者)의 헌법상 권리를 논증하지 않더라도 자명하다. 하지만 상속인들의 합치된 의사로 망인의 의사와 다른 곳에 매장하였을 때 망인의 의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것 역시 명백하다. 결국 법의 개정이 필요한 것인가.

여기서 다시 엉뚱한 생각. 만약 유언으로 일정한 액수의 금전을 특정(상속)인에게 유증하면서 특정 장소에 특정 방법으로 유체 유골의 처분 방법을 지시한다면 어떠한가. 우리나라와 조금은 결이 다른 독일은 유언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한다. 유언의 방식으로 유언 집행을 지시할 수 있다. 피상속인은 사인처분의 방법으로 유언집행인에게 민법에 규정된 업무범위를 초과하는 유언집행업무를 정할 수 있고 더불어 장례식을 치르고 매장을 해주는 추가적 과제까지 부여할 수 있다. 그 비용은 당연히 상속재산에서 충당되고 그에 따른 유증이 없어도 가능하다(독일의 유언집행제도, 이동수, 가족법연구 제35권 1호 참조). 위 논문의 말미에 적혀있는 것처럼 독일에서 적용되는 유언상속이나 유언집행에 대한 주요 법리를 법적 근거 없이 수용할 수 없지만, 피상속인의 사후에도 그의 유지가 최대한 존중될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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