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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의 설립 40주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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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AFC 설립 40주년과 기념 콘퍼런스

지난 2022년 9월 9일 워싱턴 D.C.에서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ourt of Appeal for the Federal Circuit) 주최로 연방순회항소법원 콘퍼런스(Federal Circuit Judicial Conference)가 개최되었다. 1982년 연방법원 발전법에 따라 설립된 CAFC가 올해 4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성격도 겸하는 행사였다. 특허전문 항소법원으로 알려진 CAFC는 연방지방법원의 특허 관련 판결과 특허상표청(PTO)과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심결에 대한 불복사건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갖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CAFC는 그 외에도 다양한 연방 전체를 관할하는 행정청, 그 부속 심판원의 결정이나 심결에 대한 항고심 내지 항소심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CAFC 판사들로만 구성한 1세션에 이어 CAFC의 하급심에 해당하는 기관인 특허심판원(PTAB), 무역위원회(ITC), 연방국제무역법원(U.S. Court of International Trade), 연방청구법원(U.S. Court of Federal Claims), 실적보호위원회(Merit Systems Protection Board), 전역군인청구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Veterans Claims) 법원장 등이 참석하는 2세션을 마련하였는데, CAFC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은 과거 13개 권역의 지역 연방항소법원의 권한이 커지면서 특허사건에 대한 포럼 쇼핑(forum shopping)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게 되었고, 특허사건의 통일적이고 균형적인 처리가 점점 어려워지자 특허사건의 관할을 CAFC로 집중하게 되었다. CAFC를 설립하면서 특허사건 외에도 국가계약, 공무원 신분보장, 조세 환급과 관련된 사건 등도 관할에 포함시켰지만, 상표, 저작권, 영업비밀 등의 사건들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만큼 관할집중에 대한 반론도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IP 사건 중 특허사건에 대한 관할만 집중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CAFC 판사도 있었다.

CAFC는 40년 동안 특허분야 법리 발전에 괄목한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특허 분야에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CAFC 사건 중에 특허 사건의 비율은 약 29% 정도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2/3의 비중을 차지하다가 2021년에는 약 51%로 약간 줄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루리(Lourie) 판사는 29%에서 2/3까지 비중이 증가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하였다. CAFC의 권한과 비중이 커지면서 특허상표청과 연방지방법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특허권의 요건(발명의 성립, 진보성 등)을 완화하는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특허권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었다. 다만 한국과 달리 법률심으로 지방법원의 사실인정을 존중할 의무가 있는 CAFC가 청구항 해석(claim construction)의 문제를 법률문제로 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자, 연방대법원은 CAFC의 청구항 해석의 권한을 제한하기도 하고, 발명의 성립요건과 진보성에 대한 CAFC의 판결들을 파기함으로써 특허법리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비실시기관(NPE)이 선호하는 연방지방법원에 과도하게 특허사건이 집중되지 않도록 관할의 범위를 좁히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미국이 특허권의 가치를 인정하고 발명을 장려하며 창조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혁신을 선도하게 된 데에는 CAFC가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변호사 단체인 FCBA(연방순회항소법원 변호사회)는 미국과 해외에서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전 세계의 특허소송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FCBA는 2013년에 한미지재콘퍼런스를 개최하여 한국 IP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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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 특허법원 개원과 발전
1998년 개원한 특허법원은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지식재산 전문법원으로 CAFC와 독일의 연방특허법원을 참고하여 특허 외에 상표 사건들도 담당할 수 있도록 관할을 넓히고, 당사자들의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신속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기반을 갖추었다. 특허법원은 당사자에게 충실한 사실심리의 기회를 부여하면서도 저렴한 소송비용으로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왔고, 2016년부터 시행된 침해소송의 관할집중으로 인하여 IP 전문법원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국제특허조약(PCT)에 따라 다수의 국가에 동시에 특허를 출원할 수 있어 특허에 대한 분쟁은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문제가 되고 각국의 실무에 대한 평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허법원은 2015년 선도적으로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International IP Court Conference)를 통해 주요 국가의 전문가들과 직접 IP 법리에 대해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 이래 지금까지 매년 지속하고 있고, IP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 콘퍼런스로 자리매김하였다. 34년 동안 특허법원이 소송뿐만 아니라 자문, 출원, 심판, IP 가치평가 등의 분야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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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연방순회항소법원 콘퍼런스의 1세션에 참석한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들 
© 손천우 변호사

 

3. 한국 IP 소송의 과제
이와 같이 특허법원은 그동안 큰 성과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지만,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관할집중이다. 부정경쟁행위는 상표법과 영업비밀은 특허법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고, 기술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심리가 필요한 소송이다. 창작법의 하나인 저작권 침해사건에 대한 항소심의 관할도 특허법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IP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까지 둔 우리 법령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문법원을 통한 심리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특허권 등의 침해를 이유로 한 무역위원회(KTC)의 수입금지 결정 등에 대한 불복소송도 관할집중이 필요한 분야이다.

두 번째, IP에 너무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법원은 최근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던 특허의 진보성 요건이나 저작권 성립기준을 정상화하거나 게임, 방송, 편집 저작물 등에 대한 저작물 판단기준을 구체화하고 실질적 유사성을 다소 넓게 인정함으로써 IP 권리자의 적정한 보호에 기여하였다. 부정경쟁방지법의 보충적 일반조항으로 금지되는 타인의 성과물에 대한 무단도용행위에 대한 판단기준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특허 분야에서도 발명의 신규성 판단을 위한 선행발명의 개시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하거나, 선택발명과 파라미터 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도 일반 발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었다. 대법원이 일본에서 유래한 특수한 IP 법리를 고집하지 않고 일반 IP 법리들을 적용해나가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보조를 맞추어 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이나 특수한 발명에서의 기재불비 요건에서 종전 법리들에서 아쉬운 점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은 향후 개선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증거수집이 어렵고, 손해배상액이 적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잠재적 침해자가 타인의 특허권에 대한 침해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투자를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IP 침해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낮거나, 침해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배상해야 할 손해액이 얻은 이익액에 비해 작다면 굳이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기술개발에 투자를 계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증거수집을 위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위한 법 개정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와 더불어 향후 침해사건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도 적정한 수준으로 상향되기를 바란다.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등은 적정한 손해배상이 이루어지도록 여러 특칙 규정들을 두고 있지만, 법원실무는 이러한 특칙 규정의 적용에 소극적이어서 배상액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해도 특허권자와 체결했을 라이선스 계약에 따른 로열티 정도만 지급할 수 있다면 굳이 미리 특허권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유인이 줄어들게 되므로 특허법 제128조 제5항을 적용할 때에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원이 인정하는 IP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한 나라의 IP의 가치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한국 IP 소송은 일반 민사, 가사 사건과 비교하여 난이도는 훨씬 높지만 침해가 인정되는 사건에서의 손해배상액이 침해자의 이익액에 비해 현저히 작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특허법원이 많은 노력을 들여 국제재판부와 침해소송 관할집중, IP Court Conference라는 하드웨어를 갖추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제는 특허요건, 증거수집과 손해배상액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내실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IP 허브 코트(Hub Court)가 되는 것을 원했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최근 한국 기업들 사이의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한국이 아닌 미국의 무역위원회(ITC)에서 연이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또한 한국을 건너뛰고 미국이나 유럽에만 특허를 출원하거나 특허침해소송도 미국에서만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소송비용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지만,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증거수집절차와 손해배상액에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세계 최고 수준의 IP를 갖고 있는 분야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IP의 창작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계속 제공하면서 후발주자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IP 소송제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4. 한국 IP 소송의 미래

사실 관할이 확대되면 업무가 많아지게 됨에도 이번 콘퍼런스에서 접한 CAFC 판사들은 관할 확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특허법원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이러한 건전한 관심은 IP 소송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것으로 장려하고 독려하면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IP 소송 체계를 갖추어온 놀라운 추진력을 발휘하여 특허소송을 개선해 나간다면 한국의 기업들은 물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한국 법원에서 세계적인 특허소송을 가장 먼저 진행하고, 한국 법원이 IP 법리를 선도하게 되는 날이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손천우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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