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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논단] ‘더 공감하는’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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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한다”는 말로 나의 반응을 나타내곤 한다. ‘공감’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교수인 엘리자베스 시걸(Elizabeth A. Segel)에 의하면 1900년대 초 독일의 심리학자인 테오도르 립스(Theodor Lipps)와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티츠너(Edward Titchner)가 ‘공감’이라는 용어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공감을 의미하는 독일어 ‘Einfühlung’은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나 자연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감정, 즉 ‘예술작품 안으로 들어가 느끼다’는 뜻으로 묘사되었던 것을 Lipps가 인간과 심리학 분야에 적용하여 다른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감정 상태를 설명하였다고 하며, Titchner가 이 독일어 개념을 가지고 와 그리스어 empatheia(‘열정속에서’ 또는 ‘고통 속에서’를 뜻하는)를 영어식으로 표현하여 empathy를 사용했다고 한다. 독일어 Einfühlung은 ‘안으로 느낀다’는 뜻이다. 곧 공감이란 '타인의 마음, 타인의 감정, 타인의 현재 상태에서 그 사람이 하는 생각을 내가 그 사람의 입장으로 들어가서 느끼고 지각한다'는 의미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후 참사인지 사고인지의 용어부터 시작하여 사고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유체이탈식 발언, 희생자들의 명단 공개 논란 등 아픔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치유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와 이를 옹호하는 궤변 논리, 입에 올리기 쉽지 않은 저급한 표현들,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일상에서 늘 일어나고 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우리의 현실은 우리 모두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해 보려는 노력이 아니라 공감할 마음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우리 사회 공동체에는 각자의 소리만 난무하고 있다. 자기 주장을 통한 존재감 과시의 욕구와 심화된 확증편향은 객관적 이성(理性)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 날카롭고 차가운 언어가 부드럽고 따뜻한 말을 뒤덮고, 자극적인 선동적 구호는 차가운 언어조차 파묻는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더 공감하는 더 많은 사람이 있을 때
사회 문제에 대한 책임감 증진과
시민 참여, 사회 정의 실현을 기대
공동체의 미래는 공감능력에 좌우


공감은 단순히 함께 느낀다는 것이 아니다. 공감에는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는 ‘정서적 공감(emotional Empathy)’,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왜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하는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 고통이나 아픔을 느끼는 상대방을 돕고자 하는 ‘연민적 공감(compassionate Empathy)’이 모두 포함된다. 정서적 공감은 측은지심(惻隱之心)과 같이 인간의 감정이 그대로 느끼는 것이나, 인지적 공감이나 연민적 공감은 의지와 연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회이다. 아픈 사람은 많으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의지적인 인지적 공감이나 연민적 공감은 물론 정서적 공감조차 잘 보이지 않고 그 모든 자리를 이기적 욕망이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이 깔린 자동차를 힘을 합쳐 들어올리고, 폭우 속에서 배수구에 쌓인 낙엽을 걷어내며, 불이 난 자동차에서 운전자를 구해 내는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에서, 요아힘 바우어(Joachim Bauer)가 ‘공감하는 유전자(Das emphatische Gen)’에서 언급한 ‘인간은 스스로를 공감능력이 있는 생명체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며, 우리 내면의 살아있는 ‘공감의 유전자’를 보게 된다. Segel은 ‘사회적 공감(social empathy)’에서 정책결정자가 사회적 공감을 갖기를 기다리는 것은 요원하다고 지적하면서 “당신이 더 공감할수록 당신 주변의 다른 사람이 더 많이 공감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더 공감하는’ 더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 더 공감하는 더 많은 사람이 있을 때 사회 문제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감 증진과 시민 참여, 사회 정의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 공동체의 미래는 구성원들의 공감능력에 달려 있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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