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지금은 청년시대

[지금은 청년시대] 죽음을 먹는 자들

183129.jpg
이태원 참사의 사망자 명단이 동의 없이 공개되었다. 이런 행위가 언론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제야 제대로 된 추모가 가능해졌다'고 자화자찬하는 일부 정치 팬덤의 반응이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까지 보낸 애도와 눈물은 모두 가짜였다는 것일까. 명단을 들고 다시 이태원을 찾아가 우리의 애도를 갱신하여야 비로소 우리는 진짜 애도를 완수한 진짜 시민 인증을 받는 것일까.

 
해리 포터의 마법사 세계에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등장한다. 그들 스스로는 죽음을 극복하는 단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그들에게 반대하는 이들을 죽이는 일뿐이다. 그 죽음을 상대의 책임으로 덮어씌워 마법사 세계의 권력을 차지하려는 것이 그들의 진정한 목적이다.

 
우리 세상에도, 죽음 앞에서 누군가를 대신해서만 애도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어른들을 대신해서, 사회를 대신해서, 정부를 대신해서 미안해한다. 그럼으로써 죽음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정치적 상대편에 전가된다. 그들의 가열한 애도는 사실 상대에 대한 정치적 비난인 것이다.


결국 이들은 죽음을 팔아먹는 자들에 불과하다. 이들은 타인의 죽음에 진정으로 미안해하는 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고마워하는 자들이다. 시민의 죽음을 방지하고 애도해야 할 정치가 시민의 죽음을 먹이 삼아 배를 불린다는 점에서, 위대한 마법사들의 세계도 인간들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런 비인도적 목숨 장사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좌우 진영을 바꿔 가며 벌어지므로, 특정 정치 팬덤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 팬덤'의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 애초에 이념과 현실의 합리적 조율이어야 할 정치에 '팬덤'으로 뛰어드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이런 팬덤은 정치인을 이념의 대변인이 아니라 이념 그 자체로 신격화한다. 그가 곧 진보, 그가 곧 보수가 된다. 그의 집권기에 사람들이 죽으면 어쩔 수 없는 사고이지만, 그가 물러난 후에 죽으면 인재(人災)요 참사(慘事)다. 그 자체로 존귀하여야 할 생명조차, 그가 이름을 불러주어야 비로소 그의 정권 창출을 위한 가치를 얻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판타지 작가 이영도는 통치자를 가장 먼저 죽는 자, 가장 해로운 것을 대신 마시는 자로 비유하면서 '눈물을 마시는 새'라고 명명하였다. 그러나 2022년의 대한민국을 아무리 돌아보아도 타인의 죽음에 진실로 눈물짓는 이도, 그 눈물을 마셔주려는 이도 보이지 않는다. 타인의 죽음을 광장에 전시하고 판매하는 자들만이 눈에 띌 뿐이다. 타인의 생을 찬탈하는 것이 정치라고 믿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언 변호사(법무법인 강남)

Next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