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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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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에서는 딸을 잃은 어머님이 입체영상으로 구현된 딸을 VR기기를 통해 눈 앞에서 다시 만나고, 그리운 마왕 신해철은 홀로그램으로 살아나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신해철은 관중들의 떼창을 유도하기까지 하고 능숙하게 박수를 이끌어낸다.

포털 기업에서는 엄마 목소리를 녹음해서 제출하면 인공지능 음성으로 재구성하여 어떤 말도 우리 엄마 목소리로 구현해준다고 한다.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자녀들은 부모님 목소리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둔 다음 매일 아침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거나, 힘들 때면 언제나 너의 편이 돼준다는 아빠의 든든한 응원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워치와 연동시켜 공부하다 잠이 들면 AI엄마가 잔소리하는 날도 곧 오지 않을까 싶다.

우리 엄마가 아닌데 엄마 목소리가 들리니 이상한 이질감이 들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감정은 요동친다. 다만 가족의 목소리, 첫 데이트의 기억이 상품화, 상업화되는 것은 적절한 것인지, 엄마 목소리를 듣기 위해 광고를 보아야 하는 세상이 맞는 것인지 법조인으로서의 경각심이 드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다.

발전한 AI기술은 엄마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그 목소리가 범죄에 이용되면 어떨까. 보이스피싱범이 AI자녀 목소리로 돈을 요구하면 엄마는 그 진실을 알아챌 수 있을까.

정교하게 제작된 딥페이크 합성사진이 한번 유포가 되면 피해자가 아무리 자신이 아니라고 소리쳐 보아야 무한한 네트워크를 향한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고 깊게 베인 상처를 다시는 회복할 길이 없다. 유력한 대선후보의 목소리를 AI로 조작하여 대선후보가 음담패설을 하는 파일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가능한 일이고, 있지 않은 일을 있었던 것처럼 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 역시 전문가 아닌 그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졌다. 가짜뉴스가 유포되어 대선후보가 낙마한 이후 해당 음성이 가짜음성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그 피해 역시 다시는 회복할 길이 없다. 가짜뉴스·가짜진실은 이미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영역을 한참 벗어난 것임은 이제 누구나 공감하고 있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막기 위해 법적·제도적·기술적인 규제와 처벌을 논의할 시점이 되었다. 증삼살인(曾參殺人), 삼인성호(三人成虎)가 AI영상·AI음성으로 구현되는 21세기에 대처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토론과 합의를 서두를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가족들 목소리를 녹음해둬야겠구나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차호동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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