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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와 재판의 협조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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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와 재판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오래전에 수사를 한 경험으로는 피의자의 신병확보가 어려웠고, 범행을 부인은 해도 아예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부인 진술이라도 해주면 모순점을 찾아내고 논리적 설득을 계속하여 결국 자백을 받아내는 경우도 많았고, 피의자도 구속까지 되면 번복하여 자백을 하는 수도 있었다. 그리고 당시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적용되지 않았기에 확실한 물증만 어떻게 해서라도 확보되면 수사를 쉽게 끝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수사기관이 늘고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수사개시범위부터 따져야 할 뿐만 아니라 진술거부는 흔한 상황이 되고 증거확보는 더 어려운 반면에 증거능력은 엄격하게 판단되고 있다. 이제 검찰에서 자백했던 피의자까지 법정에서 부인하고 억울하다며 무죄를 쉽게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분은 사고치면 휴대폰을 뺏기지 말라고 하였고, 현 법무부장관은 자신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끝내 알려주지 않았으며, 전 법무부장관은 법정에서 300회가 넘게 증언거부권을 주장했다고 한다. 이렇게 국가의 유력한 분들이 솔선수범하여 수사와 재판을 어렵게 만들고, 사건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도 게임을 벌이는 식의 법정싸움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진술거부 흔한 상황, 증거확보 어려움도 가중
유죄거래협상·자진신고자감면 도입 검토 필요
‘실체적 진실발견’ 형사소송 이념에도 부응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진술거부권이나 증언거부권, 자기 형사사건의 증거인멸행위 등을 어떻게 막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업무는 과중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나 그 변호인은 고소하고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수사 중에 있다는 푸념을 하고, 1심 재판만도 몇 년째 해결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법원에서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그냥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무리 과학수사 등을 부르짖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진술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자백을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수사와 재판에 적극 협조한 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일부 국가나 특정범죄에 대해 시행되고 있는 유죄거래협상(plea bargaining)이나 자진신고자감면(leniency)제도 등을 구체화시키고 확대하여 해당 범죄의 주범자가 아니라면 그 순서와 기여도에 따라 처벌까지 완전히 면해주고 제3자에게는 큰 보상금을 건네주는 획기적인 제도를 마련하면 좋겠다. 범죄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하는 것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아무도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수사에 협조하는 자들에게 어느 정도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음성적으로 하기보다는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과 같이 명문 규정으로 공식화하게 되면 보다 많은 성과가 생기고 궁극적으로 범죄예방에도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수사와 재판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는 협조자가 나올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에도 부응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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