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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의미의 퇴색(退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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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이의 발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학습도구는 바로 '눈(Eye)'이다. 인간은 시각기관인 눈을 통해 수집하는 수많은 정보를 뇌에 저장하며 성장한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포유류에 해당하는 동물들과 파충류에 해당하는 동물들 수 마리를 보며 정보가 자연스레 쌓이면, 그 특징들을 분류하여 뇌에 저장하게 되고 ‘포유류’ 및 ‘파충류’라는 명칭으로 개념화한 뒤 언어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토끼는 절대로 파충류가 될 수 없고 거북이는 절대로 포유류가 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수집된 개별적인 정보를 분류하고 개념화하는 것이 인지(Cognition)이고 타인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언어(Language)이다.


영문학 전공이었던 대학교육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이 바로 ‘인지와 언어’에 관한 강의였다. 눈으로 보는 것이 모든 학습의 기초이며 언어를 통해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고 습득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배운 수업이었다. 일상생활에서 숨 쉬듯 보고 말하고 듣는 행위를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수업을 계기로 이전까지는 다소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던 개념도 명확히 습득하고자 파고들기 시작하였고 내가 생각하는 바를 보다 정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타인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대학시절의 공부는 그저 반복된 문제풀이나 암기식 공부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성찰(省察)이자 인간과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思惟)였다.

 
문득 대학교 강의가 떠오른 이유는 요즘 들어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이를 이해해보려 끊임없이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유(思惟)의 끝에 현 시대를 ‘의미의 퇴색(退色)’이라 칭하고 싶다. 본연의 의미는 사라지고, 사라짐을 당연히 여기는 시대이자 본연의 의미를 변화하고 뒤트는 것이 신선함으로 각광받는 시대이다. 하나에 머무르지 않는 변화무쌍함은 분명 발전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본연의 의미를 잊은 채로 변화하기만 한다면 결국 희미하고 볼품없이 ‘퇴색’된 면모를 드러내게 되고 어떤 때에는 잔인하고 참혹한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문제는 의미가 퇴색된 이후에서야 본연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때까지 우리 사회는 큰 재난 앞에서 항상 뒤늦게 원인을 분석하여 왔다. 그런데 원래부터 본연의 의미를 망각하지 않았다면 무수한 변화 앞에서도 절대 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연의 의미를 망각하지 않아야 어떠한 사건, 재난, 갈등에서도 중심을 바로잡을 수 있다. 본연의 의미를 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목적과 최우선적인 가치를 분명히 아는 것을 뜻한다. 우리 사회는 과연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두고 있었는가.


SPC 공장 사망사고, 이태원 참사 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회 곳곳에 허망하게 희생된 죽음들이 많다. 그리고 사안마다 개인, 사업주, 공권력과 국가의 잘잘못을 분석하고 파헤치는 갑론을박은 이미 많다. 많은 분석과 반성이 있음에도 비슷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제는 깊이 고민해볼 시점이다. 모든 사건사고의 발생, 큰 재난과 참사는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가치보다 다른 가치들이 우선시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는 점에서 하나로 관통한다. 돈, 성공, 이기주의 등 다른 가치들이 우선시되는 변화 속에서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퇴색되고 있었던 것이다.

 
축제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알고서도 잊어버리면 축제는 곧 재난이 된다. 혹은 축제를 즐기는 가운데에서 무엇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가치인지 알지 못하거나 알고서도 잊어버리면 사람 목숨이 고작 누군가의 안락함을 위하여 희생될 수 있는 가벼운 것이 되어버린다.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일도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 법과 제도 그리고 국가의 역할을 세세히 논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모두 성찰하기를 바란다. 마치 갓난아이의 시선처럼 바라보고 성찰하며 절대로 퇴색되어서 안 될 가치와 본연의 의미를 되찾아야 할 때이다.


사공현 변호사(스마트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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