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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이 이만큼 대단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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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호사로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등록 전문분야 중 하나인 도산과 관련된 것이다. 나는 매년 성인 남성 노숙인을 지원하고 재활을 돕는 서울특별시립 은평의 마을에서 신용회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제도 안에서의 신용회복과 경제적 구제 절차가 유용한 시기는 이미 오래 전 지나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신용으로 장기간 시설에서 지낸 분들이 대다수라, 내가 진행하는 1시간의 제도 설명과 1시간의 개별상담이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리라는 기대도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졌으며 어려운 환경에서 지냈다는 30대 청년이 상담을 신청했다. 그는 감당하기 어려운 빚의 압박을 받고 부모와 불화가 생겼으며 가출과 노숙을 반복하다 시설에서 기거한 지 10여 년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개인사를 털어놓았다. 대포차량 유통 집단을 우연히 알게 되어 가담했다가 가해자들로부터 오히려 '사태를 해결하려면 돈을 납입하라'는 협박을 받고 수천만 원을 대출받아 건넨 것이 채무의 시작이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취업하기 어려웠고 심지어는 시설이 제공하는 직업재활 기회마저도 계좌 압류 등의 위험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져있었다. 나는 채무 발생 경위, 상담자의 건강 상태, 과거 소득과 재산 및 향후 경제활동의 가능성, 가족의 경제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구조공단의 조력을 받아 개인파산 절차를 통해 채무를 정리하고 공공근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추후 진술서의 작성 방향,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과거 형사사건 관련 증빙을 포함하여 관련 서류를 갖추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안내한 후 신용회복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상담을 마무리하였다.

 

올해 시설 방문에 그는 다시 상담을 신청했고 당연히 나는 그를 쉽게 기억해냈다. 그는 작년에 상담을 받으면서 반드시 채무를 정리하고 시설을 나가 자립하여 새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감사를 전했고 시설과 공단의 도움으로 도산 절차를 준비한다는 근황을 들려주었다. 그가 결심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제도와 도움의 손길이 그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지원할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청년이 전과 달리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이며 두 눈을 반짝이던 그 순간만큼은 내게 그 어떠한 경험과 비교할 수 없는 큰 감동이었다. 어느 SNS 갈무리의 표현처럼 나는 '내가 상담으로 할애한 시간이 이만큼 대단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최현윤 변호사 (법무법인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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