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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금융서비스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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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핀테크업체들과 상담하다 보면 혁신금융서비스라는 단어가 종종 나온다. "변호사님. 우리도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볼까요?"라던지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왜 그 뒤엔 아무런 연락이 없을까요?"와 같은 이야기들이다.

혁신금융서비스란 2019년 4월 1일 시행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정의되어 있는 제도로서 기존 금융서비스와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 서비스에 대하여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사업자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게 되면 신청시 기재한 규제특례 대상 금융관련법령에 대하여 최대 2년간 적용을 면제받거나 예외가 인정된다(1회 2년 이하의 범위에서 연장 가능). 쉽게 말해, 규제로 인해 못하고 있던 서비스를 2년간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금융 분야에서 혁신적인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초기 핀테크업체에게는 혁신금융서비스는 단비와 같은 제도이다. 엄격한 규제가 즐비한 금융 분야에서 초기 핀테크업체가 자본금, 물적요건, 인적요건 등을 모두 준수하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례를 살펴보면 초기 핀테크업체들이 신청한 P2P 주식대차 플랫폼, 부동산 소액투자앱, 부동산 시세산정서비스, 클라우드 밴(VAN) 서비스 등이 선정된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나 대부분 이미 시장에 안착되어 있는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제안한 서비스 위주로 지정되고 있다. 특히 올해 지정된 혁신금융서비스들을 살펴보면 초기기업들이 제안한 서비스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는 초기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이는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기 핀테크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공간에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세상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초기창업자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은 하나같이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고민하고 조언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무적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길래 혁신성이 있는 핀테크업체들이 오히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필자가 다양한 공간에서 혁신금융서비스를 주제로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초기기업들은 신청서류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절차를 살펴보면 먼저 약식으로 수요조사신청서를 제출한 뒤 그 중 안건 상정 대상으로 확정된 경우에만 제대로 된 지정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다. 즉, 금융위원회로부터 안건을 상정하라는 요청을 받은 업체만 정식신청서를 작성할 기회가 생긴다. 그런데 수요조사 신청 단계에서부터 서비스의 혁신성, 특례를 받기 원하는 관련 법령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기재하여야 하는데, 법률관련 전문인력이 부족한 초기기업들이 이를 작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허들이 되는 법률이 여러 개인 경우가 많은데, 초기기업에서 이를 전부 파악하고 기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핀테크지원센터, 금융감독원 핀테크현장자문단을 통해 컨설팅을 받을 수는 있으나 신청서의 완성까지 세세한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수요조사 신청서 이외에 자신의 서비스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규모를 갖춘 금융회사는 자체 법무팀 또는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신청서를 작성하므로 신청서가 상당히 전문적, 체계적이다. 그에 반해 초기기업들이 작성한 신청서는 다소 두서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수요조사신청서 자체만을 심사하여 안건 상정 여부를 정한다면 초기기업이 제안한 서비스가 선정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누가봐도 체계적인 서류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초기기업들은 자신의 서비스를 구두로 설명할 기회가 절실하다. 글이 아닌 직접 대면해서 말로서 설명할 기회가 생긴다면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혁신성 및 차별성, 소비자 편익 증대성 등을 보다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신청 절차에서는 이러한 기회부여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셋째,
수요조사 신청 후 진행상황을 알기가 어렵다.

이 부분이 초기기업들이 가장 많이 얘기하는 어려움이다. 금융혁신법에 따르면 정식 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신청서 등에 대해 보완을 요청하는 경우까지 포함하여 심사기간을 최대 12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실제 신청 절차는 정식신청 전에 수요조사신청서를 먼저 제출하고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심사위원회에 상정할 안건으로 지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회사만 정식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절차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가 아니기에 최장 심사기간과 과정 통지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따라서 초기기업들은 수요조사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진행 과정을 전혀 통지를 받지 못한 채 수개월이 흐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혹여라도 자신의 서비스 심사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관련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어렵게 연락을 하더라도 "현재 계속 심사 중"이라는 답변만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초기기업들은 수요조사 신청 후 장기간동안 진행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보완 요청을 받거나 안건 상정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통지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한 채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다 거절 통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근데, 그 이후가 더 큰 문제이다. 어떤 이슈 때문에 선정이 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기에 다시 신청서를 접수한다고 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법에도 없는 절차를 최장 심시기간도 두지 않고 만들어 놓음으로써 초기창업자들에게는 희망고문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도입하였을 때의 취지에 맞게, 샌드박스 안에서 다양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들이 자유롭게 시험될 수 있게 하려면 어떠한 개선이 필요할까?

필자는 초기 핀테크업체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라는 제도안에 잘 안착시킬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감독당국이 심사자가 아닌 멘토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초기기업들이 신청서류를 작성할 때 부담없이 수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핀테크지원센터를 통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이는 단발성 기회 일 뿐 지속적인 도움을 받기 어렵다. 수요조사신청서를 접수한 회사별로 1:1 멘토를 배치하여 제대로 된 수요조사신청서가 완성될 때까지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둘째,
심사절차 내에 신청사업자가 구두로 자신의 서비스를 설명할 수 있는 절차를 필수 절차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비록 서류가 일부 미흡한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진짜 혁신성이 있고 이용자 편익 증대가 큰 서비스라면 놓치지 않고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

셋째,
수요조사 신청 단계에서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의무적으로 진행상황을 알려주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안건 상정 거절 통지를 하게 되는 경우 어떤 이유로 거절이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절차를 두어 재신청시에는 좀 더 가능성있는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제도라는 것 자체는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제도의 입구까지 이르는 과정은 약자에게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 혁신금융서비스 제도에 있어서의 약자란 초기기업이 될 것이고 그 입구는 안건 상정이 될 것이다. 초기창업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삶을 더 편리하게 하는 거대한 서비스로 발전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진짜 혁신금융서비스라는 제도 자체에도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정세진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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