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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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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험회사의 직원이었던 허버트 W.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는 약 7만5000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하면서 그 조사 결과를 토대로 1931년 산업재해예방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그 책에서는 산업 안전에 대하여 1:29:300의 법칙을 제시하였다. 이 법칙은 1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29번의 작은 재난이 발생하였고 또 운좋게 재난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동일한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할 뻔한 징후(near misses)가 300번이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그 숫자의 비율에 천착하기 보다는 사소한 오류의 징후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또한 작은 사고 하나가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IoT, 빅데이터 기술과 같은 IT 기술의 발전은 과거에는 실제로 발생하였음에도 찾아낼 수 없었던 작은 징후들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하여 주고 있다. 예컨대 휴대폰 기지국 신호들을 분석하면 특정 지역 내에서 밀집한 인구수를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수치들을 통하여 인구 밀집도를 기지국 단위로 디테일하게 분석할 수 있고 이를 시계열적으로 축적하여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예측 모델을 도입하면 장래의 특정 시점에 주요 장소에서의 인구별 혼잡도를 추정해낼 수 있다. 물론, 과거에 그러한 가능성이 있었는지, 올해의 상황이 작년 또는 몇 년 전의 상황과 어떻게 다른지는 기술적으로 예측해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지적 역시 의미 있지만 재난 방지를 위한 이러한 노력들을 해보지 않고 부정적으로 얘기할 것은 아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이미 데이터 기반 행정과 정책 수립의 중요성을 목도한 바 있다. 데이터 기반 행정은 정치적 판단에 앞서 신중하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분석을 주도한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는 통계 수치를 정책 판단에 반영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다 잘 알고 있다. 실제 구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기반 행정의 실질적인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법만 만들어 놓고 구체적인 사항들의 집행이 미뤄지고 있다고 행정부만을 탓할 것은 아니다. 법이 없어서 안 되는 것도 있겠지만 입법이 있다고 하여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 것이다. 민간이 운영한 SNS가 불통되었다고 단 며칠 만에 민간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추가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 역시 대증적인 제안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300번의 징후 중 그중 일부만이라도 찾아내고 이를 통하여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면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전 예방이 가능하였을지도 모른다. 그 이전에 재난안전을 위한 각종 예방책들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매몰되는 비용이라는 이유로 소홀히 다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점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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