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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Law] 수사 단계 진술이 재판 증거로 사용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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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은 경찰이 새벽 시간에 총기 소지 혐의 피의자의 주거지 출입구를 강제로 개방하고 내부에 진입했다. 그곳에 보관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총기를 압수하기 위해서이다. 당시 집 안에는 피의자와 그의 노모가 잠을 자고 있었다. 이들을 잠에서 깨운 경찰은 속옷 차림인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영장을 제시하며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였고, 경찰관의 바디캠에 모든 상황이 녹화되는 중에 경찰과 피의자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루어졌다.

 

경찰 : “당신 집에 총기 2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왔으니, 어디에 있는지 밝히시오.” 


피의자 : “내 침대 매트리스 밑에 있소.”


경찰 : “그 총기들은 어떤 경위로 소지하고 있었소?”


피의자 : “수십년 전 살인으로 형을 살고 나왔는데, 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나를 협박하고 있기에 호신용으로 갖고 있었소.”


경찰은 피의자가 가리킨 곳에서 총기 2점을 발견하였고, 즉시 그를 체포하여 경찰서로 연행했다. 경찰은 조사실에서 미란다 원칙을 재차 고지한 후 영상녹화를 하며 피의자 신문을 진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의자가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난 사실 매트리스 아래에 총이 있는지 몰랐다. 자다 깬 나에게 경찰들이 총을 겨누며 옷을 입지도 못하게 하고 수갑을 채웠고, 어머니도 많이 놀라신 것 같아 당황스러운 마음에 아무 말이나 한 것일 뿐, 진짜로 매트리스 밑에서 총이 나올 줄은 몰랐다.”


모든 조사가 끝난 후 경찰은 검찰에 해당 건을 송치하였고, 검사의 기소로 공판이 시작되었다. 공판 단계는 판사가 증거채택 결정 등을 하는 Hearing과 배심원에게 증거를 제공하고 유무죄를 판단하게끔 하는 Trial로 나뉘는데, 이 사건의 Hearing에서는 피의자가 총기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두 차례(압수수색 당시 및 조사 당시)의 진술 내용을 증거로 각 채택할 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피의자가 위 각 진술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사는 Hearing에서 어떤 자료를 토대로, 어떤 기준에 의해 진술의 증거능력을 판단할까. 미국의 수사 절차에서 이루어진 피의자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을 그대로 옮겨(word-to-word) 조서 형태로 작성하여 판사, 변호인 등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압수수색 당시 및 조사실에서 피의자가 한 진술이 빠짐없이 기록되었다. 판사는 이러한 조서의 내용 및 진술 당시 상황이 녹화된 영상이나 그 진술을 현장에서 청취한 자(경찰 또는 목격자)의 증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및 그 진술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따져 증거 채택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그 진술 내용의 진위나 신빙성은 증거 채부를 결정함에 있어 전혀 고려하지 않는데, 증거의 증명력 판단은 철저히 배심원단에게 맡겨진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의자가 외부의 영향력 없이 자발적으로 한 진술이었다고 인정되기만 한다면, 여러 진술의 내용이 서로 상반되더라도 그러한 진술 모두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피의자의 진술 내용이 경찰관의 바디캠 및 조사실의 영상녹화물에 녹화되었기에 피의자가 조서 기재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결국 각 진술의 자발성 혹은 임의성 판단의 문제만이 판사에게 맡겨졌다. Hearing에서 이에 대한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이 이루어진 끝에 판사는 조사실에서 이루어진 피의자 진술을 증거로 채택한 반면, 이에 앞서 압수수색 현장에서 이루어진 피의자 진술은 자발성이 결여되었다고 보아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야간에 갑작스런 강제수사를 받게 된 급박한 상황에서 진술이 이루어진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판단에 있어 미국의 판사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권을 갖고 있기에 만약 다른 재판부에서 판단하였다면 상이한 결론에 이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증거로 채택된 피의자의 진술은 Trial 에서 배심원단에 증거로 제시되어 신빙성을 판단받게 된다. 이 때 그 진술은 조서 형태가 아니라 영상녹화물 재생 또는 진술을 청취했던 경찰관의 법정 증언 등의 형태로 배심원에게 제시되기에, 엄밀히 따져 ‘피의자의 진술이 기재된 조서’가 아닌 ‘피의자의 진술 내용’ 자체가 증거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형사소송 과정에서 증거의 채택 여부 판단은 판사의 영역으로, 채택된 증거의 증명력 판단은 배심원단의 영역으로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한편, 조서는 이에 기재된 진술의 증거 채택 여부 결정 등에 필요한 자료로 사용될 뿐 조서 자체가 증거로 활용되지는 않고, 증거로 사용되는 것은 진술인의 ‘진술내용 그 자체’이다.

 

 

 장우진 외국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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