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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각자의 다양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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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파악된 사실관계와 완전히 상반된 진술을 하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CCTV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장소에 A라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이다. 티 나게 거짓말하는 이도 있지만, 얼굴색 하나 달라지지 않고 확신에 차서 그런 주장을 하는 이도 적지 않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사람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하고, 훈계를 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이른바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1999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우선 학생들을 각 3명씩 두 개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흰옷, 다른 팀은 검은 옷을 입게 했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농구공을 패스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피실험자들에게 검은 옷을 입은 팀은 무시하고 흰옷을 입은 팀이 패스한 수를 세도록 하였고, 영상이 끝난 후 피실험자들에게 아래와 같이 물었다. “혹시 선수들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보았습니까?” 원래 이 영상 중에는 갑자기 고릴라 옷을 입은 학생이 등장하여 가슴을 두드린 후 퇴장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피실험자의 절반 정도가 이 모습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였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명백히 존재하는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주의력 착각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어느 분이 아래와 같은 퀴즈를 내셨다. 물음표에 들어갈 숫자는 얼마인가? 

 

1+4=5.  2+5=12.   3+6=21.   8+11=? 

 
갑이라는 친구는 40이라고 답했고, 을이라는 친구는 96이라고 답했다. 갑은 위 수식이 계속 이어지는 수열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반면 을은 각 수식이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적인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출제자는 이 문제에서 아무런 조건이나 제한을 두지 않았으니 둘 다 틀린 답이 아니었다. 한편, 만약 3+6=21 다음에 4+7=32가 끼어들어 간다면, 갑의 답은 틀려지고 을의 답은 여전히 맞게 된다. 같은 사물을 두고 어느 관점이나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조금만 상황이 달라지면 정답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앞서 고릴라 실험처럼 같은 것을 보면서도 각자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내 답이 맞다고 해서 상대의 답이 반드시 틀린 게 아니고, 둘 다 정답을 말할 수 있다. 세상은 꼭 정답이 한 가지만 있을 정도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 일찍이 “너 말도 맞고 네 말도 맞다.”라고 이야기하던 황희 정승은 이미 이러한 지혜를 터득하고 계셨던 것이 아닐까? 내가 맞다고 다른 답을 부정하는 독선을 경계하고, 관용과 지혜로움을 갖추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겠다.

 

 

오세용 교수(사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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