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

법신논단

메뉴
검색
법신논단

[법신논단] 대법관 공백

2022_nondan_hong_face.jpg2022_nondan_hong.jpg

 

한동안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어졌다. 나라를 위한 적임자를 검증하는 판에 ‘주도권 싸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지난 8월 29일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지 50일, 별다른 추가 검증 절차도 진행되지 않으면서 시간은 마냥 흘러가고 있다.

국회에서 많은 청문회가 열리지만, 실제 헌법에서 국회의 임명동의권을 요구하는 자리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대법관(13명), 헌법재판소장. 이것이 전부이다. 이렇게 보면 대법원 구성에 대한 국회 동의권이 가장 빈번하게 행사되고, 정치적 풍랑에 휩싸일 때마다 상고법원은 좌초에 빠질 위험을 겪을 수밖에 없다.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총리와는 달리, 한명 한명이 독립된 재판기관인 대법관은 일시적이라도 대행이 불가능하다. 국무총리나 감사원장은 한때 ‘서리(署理)’라는 임시직책을 달고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이에 반해 상고사건을 담당하는 12인의 대법관 중 1인의 공석은 다른 방식으로 메워질 수 없다. 사건처리가 늦어지거나 한건 한건에 투입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결과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대법관 1인당 연간 3500건 이상의 사건을 담당하는 상황이니 50일간의 대법관 공백으로 500건의 사건처리 시간이 날아가 버렸다.

올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재판 지연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재판 지연에 대하여 법원이 심각하게 인식하고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겠지만, 적어도 상고심에 대하여는 국회가 할 말이 없을 듯하다. 특단의 대책보다 그저 대법관 수를 채우는 정상적인 조치가 우선이고, 그 열쇠를 국회가 쥐고 있다. 국회에서 대법관 임명 동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이 합당한 지는 따져볼 일이다.

대법관은 대행이 불가능한데
후보자 청문회 이후 50일 흘러
국감 때마다 “재판 지연” 지적
국회, 상고심에는 할 말 없을 듯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으로 이루어지는 우리의 대법관 선임 절차는 입법·사법·행정(국가의 원수) 3권이 관여를 하는 독특한 구조이다. 대법관 적임자를 찾고 고르는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역할은 제청 단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개방적 추천 과정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3배수 이상의 후보자를 천거하고, 대법원장은 이를 존중하여 제청권을 행사하게 된다(법원조직법 제41조의2).

국회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및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에 대하여 대의기관으로서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이 그 임무이다. 대법관 후보자가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령을 해석하는 최고 심판관으로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면, 정확한 이유를 들어 배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특정 정당의 지향점과 맞지 않다거나 다른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국회의 견제 권한을 넘어선 것이다.

상고심을 담당하는 대법관은 1981년 이래 40년간 12명으로 변함이 없다. 그 사이 상고사건 수는 8400건에서 4만4000건으로 5배 이상 증가하였다. 자연스레 상고심의 신속화, 충실화를 위한 개혁논의가 끊이질 않았다. 일정 수의 대법관 증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1년에 2~3차례씩 진행될 대법관 동의 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물려 제때 대법관이 임명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언제부터인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동의 지연으로 대법관 공백이 생기는 일이 잦아지고, 이미 140일 지연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이런 전례는 과감히 단절할 대상이지 당연히 되풀이할 선례가 아니다. 지금은 대법관 동의를 매듭짓기 위하여 전격 처리라는 솜씨를 발휘할 때이다.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