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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정상조 서울대 로스쿨 교수 著, 사회평론 펴냄)

21세기에 필요한 새로운 질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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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른 봄,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는 인간 이세돌 9단을 이겼다. 그때의 충격과 엄청난 호기심으로 필자는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후, 필자는 이제 인공지능이 추천해준 뉴스를 보고, 인공지능이 추천해준 상품을 구매하고, 인공지능이 가르쳐 준 길로 운전해가고 있다. 2030세대는 데이트 상대방도 인공지능의 추천을 받아서 선택하고, 취직 여부도 인공지능의 면접에 따라 달라진다.

인공지능이 바둑을 두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든, 언제나 그 일을 하기 위해 수만 권의 책과 수억 건의 데이터를 학습한다. 데이터가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자산을 둘러싼 기업 간의 경쟁과 지적재산권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가운데 개인정보가 많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수집하고 활용하는 데이터에 더욱 민감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자산과 개인정보의 문제는 과거 굴뚝산업 시대의 지적재산권이나 프라이버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이다. 21세기의 데이터자산과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행정부는 부처이기주의로 엇박자를 놓거나 경쟁적으로 중복적인 규제에 앞장서려고 하고, 국회의 의원님들은 핵심도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들도 잘 모르는 법령들을 졸속으로 찍어내고 있다. 사법부 판사님들은 공부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여전히 80년대식 사고방식으로 보호 강화 일변도의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이 대중화되고 있는 21세기에는 데이터자산과 개인정보를 적절히 보호하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정부도 전문가도 일반인도 모두 다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서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인공지능은 지적재산권과 개인정보에 관한 새로운 이슈들을 많이 제기한다. 과거의 정책과 법제도가 인공지능 시대에 비효율적이고 부적절하다면 21세기에 필요한 새로운 질서는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인공지능이 바둑만 두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창작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되었다. 기존의 재산권 질서와 다른 새로운 재산권 제도의 모습을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나고 싶다. 우리가 인공지능 챗봇과 대화를 나누면서 살고 있는 시대에 과거와 같은 프라이버시나 명예의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관찰하고 인간의 말과 글을 학습하는 시대에 우리 인간들의 인격과 존엄은 무엇이고 어떻게 재정의될 수 있을지 철학적이면서도 법률적인 고민이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이제 가족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인공지능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인공지능과의 관계가 중요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인공지능의 역할과 지위는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애완동물은 우리 눈앞에 있지만 인공지능은 클라우드 서버 속에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버 속에서 우리 인간을 관찰하면서 우리 인간이 원하는 것을 신속하게 해준다. 인공지능이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길 안내를 해주고 일정 부분 자동차 주행을 해주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우리가 원하는 데이트 상대방을 찾아주고 변호사를 찾아주고 음식을 찾아서 배달까지 해준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만 인간과 협상하거나 흥정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이 정해준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알고리즘의 법칙은 인공지능 뿐만 아니라 인간까지 구속한다.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에 따라 스스로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고 때로는 인간의 위법행위를 차단하고 규칙을 위반한 고객에는 제재를 가하기도 하고 배달종사자를 비롯한 인간들에게 일거리를 배정하고 임금까지 자동으로 산정해서 지급한다. 우리 인간은 이제 국회가 정한 법률의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정한 규칙의 구속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인공지능이 출퇴근 시간에 택시요금을 8배까지 올려도 적법한 것인지, 인공지능이 소셜미디어의 게시글을 자동 삭제하거나 차단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약관에 반하는 행위를 한 고객의 아이템을 몰수하거나 계정을 정지하면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배달종사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감시해서 처분을 내리는 알고리즘 노사관리는 적법한 것인지… 우리는 이제 국회가 만든 법률의 내용보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더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인공지능과 함께 공존할 수 있고 우리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시장과 법제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밀접한 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공학을 전공했든 법학을 전공했든 또는 경영학을 전공했든 전공에 관계없이 모두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질서는 이념과 진영을 떠나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필자가 대학원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사례를 공부한 것이 고민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이야기는 진행형 프로젝트이다. 독자분들의 아이디어와 조언을 반영해서 계속 인공지능에 관한 고민을 하고 이야기를 발전시켜갈 것을 약속드린다.


정상조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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