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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창] 피카소의 큐비즘: “진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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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미술은 진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거짓말이다(Art is a lie that helps us understand the truth)”라고 말했다. 피카소의 큐비즘 작품들을 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된다.

<아비뇽의 처녀들>은 매춘부 다섯 명이 마치 무대에 있는 듯이 그린 누드화이다. 그러나 집단 누드화라는 사실보다 그림을 그린 방법이 특이하기 때문에 20세기 미술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 됐다. 여성의 몸통은 부드러운 곡선이 아니라 각(角)진 형태로 간결하게 그려져 있다. 겨드랑이를 보이며 공격적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여성의 팔꿈치는 V로 각지게 꺾여 있다. 입술은 도톰하지 않고 짧은 선으로 처리했다. 좌측 첫 번째 여성의 머리 위로 매니큐어를 칠한 손등이 보이는데 서 있는 몸의 자세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각도이다. 우측 위의 여자는 개(犬)의 두상 같은 가면을 쓰고 있다. 우측 아래에 엉덩이와 등을 보이며 쭈그려 앉은 여자는 아프리카 가면을 쓰고 정면으로 머리를 강제로 180도 비튼 것처럼 그렸다. 그동안 여성 누드화를 그리던 모든 프로토콜을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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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1907년, 유화

 

그 후 피카소는 <아비뇽의 처녀들>에 적용했던 비틀어지고 부자연스러운 각도, 각(角)지게 그린 딱딱한 형태를 더욱 강조하여 마치 입방체(cubes)로 구성한 듯한 모습의 정물화와 인물화를 그려갔다. 마티스의 그림을 ‘야수파(Fauvism)’라고 비웃었던 똑같은 비평가가 이번에는 피카소를 조롱하며 ‘큐비즘(Cubism, 입체파)’이라는 명칭을 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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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앉아 있는 여인> 1909년, 유화

 

2016년 소더비 경매에서 6360만 달러(약 910억 원)에 팔려 큐비즘 작품 중 가장 비싼 경매가를 기록한 <앉아 있는 여인(Femme Assise)>에는 입방체라는 표현이 더 실감나게 드러난다. 한 각도에서 보이는 모습을 그리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보이는 면(面)들을 복합적으로 구성했다. 쪼개지고 분할된 다각면을 합성해서 만든 입체물 같은데, 쪼개진 조각마다 음영이 다르다. 일반적인 그림은 빛이 한 쪽 방향에서 와서 그에 따라 음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빛이 여러 방향에서 조각져 비쳐지는 것 같다. 그래서 “화가 안에 있는 조각가(a sculptor inside the painter)”가 그린 그림이라는 평도 받는다.

여러 각도를 합성해서 그린 인물의 모습은 하나의 부피감으로통합되지 않고 해체시켜 흩트려 놓은 이상한 모습을 띤다. 그래서 큐비즘 인물은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함을 풍긴다. 마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이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애틋하고 다정한 연인이 될 수 있는 듯이 한 인간이 갖는 일탈과 비정상을 합쳤을 때 전체 모습이 애매모호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미술은 어차피 허구적 재구성
한 각도에서만 만들던 허구
여러 각도로 조각내
평면 위의 입체로 만들어


그러나 한 각도에서 관찰된 묘사에 익숙한 눈에는 큐비즘 화법이 매우 낯설고 심지어 흉측해 보이기도 한다. 한 각도에서의 묘사가 더 ‘사실적인’ 것 같고 큐비즘은 사실을 지나치게 왜곡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무엇이 진짜 ‘사실’일까?

피카소가 “미술은 진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거짓말”이라고 한 말이 답을 주는 것 같다. 큐비즘 작품은 한 각도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거짓말’로 들린다. 그렇지만 ‘진실’은 입체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도와준다. 피카소는 입체를 조각내서 평면으로 재구성해 보여줬을 뿐이다. 한 각도에서 보는 것이나 여러 각도에서 보는 것이나 둘 다 사실이고, 둘 다 거짓말일 수 있는 것이다. 미술은 어차피 허구적 재구성이다. 피카소의 천재성은 한 각도에서만 만들던 허구를 여러 각도에서 만들어 허구성의 강도(强度)를 한껏 높인 데 있다.


케이트 림 (아트플랫폼아시아(AP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