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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新)과 함께] “변호사, 사지 마세요. 선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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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으로 살 수 있는 변호사가 바로 접니다. 왜 천원이냐고요? 천변이니까요!”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의 주인공, 천지훈 변호사에 대한 소개 글이다. 드라마 홍보 포스터에는 오렌지 주스, 초콜릿 쿠키 등과 나란히 정장을 입은 남자의 피규어(변호사를 의미하는 것이리라)가 자판기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그림도 포함되어 있다. 피규어 밑에는 1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피규어 옆의 초콜릿 쿠키는 2000원, 초콜릿 비스켓은 2400원으로 변호사(?)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 이 포스터는 현재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는 방송국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버젓이 걸려있다.

‘변호사를 산다’는 표현이 법조인이 아닌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표현임을 모르지 않는다. 변호사인 내 앞에서도 사람들이 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이번 드라마 포스터를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그 표현방식 때문이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을 자판기를 통해 쉽게 구매될 수 있는 상품인 것처럼 포스터에 표현하였다는 점이,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변호사 본인이 스스로 ‘천 원이면 살 수 있다’고 소개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 퍽 유감스럽게 느껴졌다.

왜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만 ‘산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일까?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거나 수술을 하러 가면서 ‘의사를 산다’고 표현하거나, 연예인에게 공연의뢰를 하면서 ‘가수를 산다’고는 통상 표현하지 않는다. 특정 업무에 대하여 인도급을 주는 경우에도 ‘사람을 쓴다’는 표현을 일반적으로 사용할 뿐, ‘산다’라는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을 사용한다는 의미의 ‘쓴다’는 표현도 그렇게 듣기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산다’는 표현의 어감은 그보다 더 부정적이다. 마치 선임하는 변호사의 인격과 가치관마저도 통째로 매수하였다는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아마도 예전에는, 의뢰인 입장에서는 서비스 비용이라고 하기엔 큰 금액을 지급하게 되니까, 그 대가로 법률사무 수행 이상의 것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변호사 선임료에 변호사 본인의 가치관을 떠나서 의뢰인의 행동을 옹호하고, 의뢰인을 인간적으로 긍정해주어야 할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오인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람 쓴다’는 표현 사용해도
‘변호사 산다’는 표현은 불편
드라마 ‘천 원짜리 변호사’
의미 알지만 표현에 아쉬움


의뢰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아직도 변호사사무실에 사건을 맡기거나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 자체에 심리적 장벽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평소에 겪어본 적 없는 분쟁 국면에 머릿속도 어지러운 상황에서 변호사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건을 해결하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분명 클 것이다. 그래서 변호사들도 ‘산다’라는 표현이 때로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그 표현을 시정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의뢰인의 심정을 헤아리며 ‘수임계약서’에 기재된 업무범위, 소송대리, 자문의견서 제공 등의 범위를 넘어서 의뢰인의 읍소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멘털케어 서비스, 각종 증명서 발급이나 비용납부 방법, 증빙서류 첨부방법을 알려주는 사무지원 서비스 등도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선의의 결과가, 변호사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살 수 있다’는 인식에까지 나아간다면, 한번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 방영되고 있는 <천원짜리 변호사> 드라마의 포스터, 주인공 소개 멘트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실력이 최고인 변호사가, 사정이 딱한 사람을 무료 또는 염가로 도와주는 스토리가 대중에게 인기 있는 소재일 수 있다. 그런 소재를 극으로 풀어내는데 표현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고루한 행동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명감으로, 다른 사람의 인권을 도와주려고 나서는 변호사를 자판기 판매상품으로 전락시켰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너무 진지하게 보지 말자’고 하기엔 이러한 드라마의 파급력이 크다는 사실을, 법률사무를 성실히 수행하려고 하는 변호사들에게 판매되기를 요구할 의뢰인들이 양산될 수 있음을 제작진도 한 번 살펴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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