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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2년의 범죄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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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122년, 국민들의 24시간이 모두 서버에 기록되는 암울한 세상을 상상해보자. 이 세상에서 ‘수사’가 필요할까. 경찰은 본연의 업무인 범죄예방과 치안 확보를 여전히 수행하고 있을 것이나 더 이상 범죄 수사는 수행할 필요가 없다. 사법경찰 대신 데이터분석 공무원이 저장된 데이터를 검찰청에 보내는 것을 사건송치라고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2122년의 세상에서 ‘수사’는 필요 없겠으나 그럼에도 소추권자인 검사의 ‘소추 여부 판단을 위한 조사’는 여전히 필요하다. ‘소추’란 국가공권력 중 가장 강력한 ‘형벌’을 부과하는 형사사법절차에 국민을 편입시키는 절차이다. 따라서 법치주의 국가의 소추권자는 2122년에도 해당 데이터만으로 소추하기에 충분한지, 데이터는 적법하게 수집된 것인지, 혹시 오염되거나 조작된 데이터는 아닌지, 나아가 이 사람을 소추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지,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한 다음 소추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애초 2022년식의 수사란 소추 여부 결정을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팩트체크’일뿐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2022년의 우리는 국민의 주거지를 압수하고 계좌를 들여다보는 ‘팩트체크’를 마치 하나의 권한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나 범죄의 전모를 확인하는 수사는 국가의 책무일 뿐 무슨 대단한 권한이 아니다. 수사는 소추를 위한 전제이자 도구일 뿐이다.

이번에는 암 수술의 명의가 계신 2022년의 병원으로 가보자. 의료기관의 존재 이유는 환자를 낫게 하는 것이다. 암환자의 치료 및 치료 수단 결정을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진료, 진찰, 진단이 필요하다. 암 진단을 위해 MRI, CT를 찍어보는 진단과 암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은 용어의 의미로만 보면 ‘분리’될 수 있을 것이나 의료체계 내에서 둘을 분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치료를 전제하지 않는 진단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명의에게 당신은 어차피 수술을 잘하니 환자 진료, 진찰, 진단은 하지 말고 수술장에서 차트만 보고 수술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 2022년의 의료체계에서 진단은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당연히 수반되는 ‘팩트체크’일 뿐 진단 자체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애초 치료 여부 결정을 위해 환자를 진찰하고 살펴보는 것은 의사의 당연한 책무이다. 진단은 치료를 위한 전제이자 도구일 뿐이다. 의사의 손발을 묶고 차트만 줄테니 알아서 수술하라는 식의 분리는 수술을 해보지 않은 전문가의 진단과 스스로 환자를 진찰해보지 않은 집도의의 수술이 결합된 붕괴된 의료체계가 아닐까.


차호동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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