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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논단] 반의사불벌죄, 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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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4일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사건은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과 함께 지난 해 10월 제정, 시행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현실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막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의하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 수는 7718명, 검거된 가해자는 7152명이며, 경찰은 그 중 4554건을 검찰에 송치하였고, 2557건은 불송치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송치 사유를 보면 공소권 없음 1879건, 혐의없음 622건, 기소중지 65건 등으로 나타나 가해자 7152명 중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된 경우가 26.3%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지 않은 일반 스토킹 범죄에 대하여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소추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사건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할 것이다.

우리 법률에는 스토킹 범죄만이 아니라 형법상 폭행, 존속폭행, 협박, 존속협박, 명예훼손,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 과실상해, 근로기준법상의 금품청산 위반이나 임금체불, 주민등록법상 일정한 신분자들 간의 주민등록번호 부정사용,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사이버 명예훼손 등 많은 범죄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있다. 이들 반의사불벌죄 입법의 근저(根底)에 합의는 불법을 조각한다(volenti non fit injuria)거나 형법의 최후수단성(ultima ratio) 사고가 깔려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1953년 9월 형법 제정시 도입된 반의사불벌죄는 외국 입법례에서는 볼 수 없는 제도이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고소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우선 소추권을 발동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수사기관에 하면 소추권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며, 경미 범죄에 대한 당사자 사이의 분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된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적 이상과는 다르다. 가해자는 처벌불원에 주목하여 피해자를 상대로 합의를 종용하거나 강요하게 되고, 가족이나 친족, 지인 등 아는 관계인 경우 피해자는 주변으로부터 합의에 대한 유·무언의 압박을 받거나,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이에 앙심을 품은 가해자로부터 보복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2차 가해로부터 보호될 것이라는 확신조차 없다면 피해자로서는 합의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견디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외국 입법례 없는 제도 도입 70년
현실은 이론적 이상과는 너무 달라
인간관계와 보복 두려움 등 갈등에
피해자의 의사결정 자유 침해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까지 초래


게다가 반의사불벌죄는 해당 범죄가 별 거 아니라는 인식을 주게 되어 피해자가 신고를 하더라도 출동한 경찰관은 법적 조치보다는 피해자 의사를 먼저 확인하려고 하게 되고 피해자로서는 경찰이 가급적 사건화되지 않기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아니라 처벌을 원하는 지에 대한 의사표명을 요구받게 되고, 인간관계와 보복의 두려움, 보호에 대한 무확신 등으로 인해 심적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반의사불벌죄는 본래 취지와 달리 피해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스토킹처벌법이 규정하고 있는 반의사불벌죄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에 대하여는 이미 법 제정 당시부터 비판이 있었고, 올해 4월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법무부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겠다고 한 적도 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발생하면 그에 한정하여 보여주기식 대처방안이나 단편적 처방을 제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것을 넘어 우리 법에 규정된 반의사불벌죄 자체를 유지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할 때이다. 아니면 적어도 각 개별범죄별로 반의사불벌죄를 유지할 합리성과 타당성, 형사정책적 근거가 있는지 라도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반의사불벌죄가 도입된 당시와 70년이 흐른 지금의 우리 사회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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