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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Law] 의도적 차별의 입증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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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차별이 존재하지만, 모든 차별이 법적으로 부당한 차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차별금지법인 민권법 제7편(Title VII of the Civil Rights Act)은 인종·성별 등에 따른 고의적 차별적 취급을 제재하는데, 특정 차별행위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행위에 '차별의사(discriminatory intent)'가 존재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차별행위가 꼭 명백한 증거를 남기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대다수의 차별행위에는 차별의사를 입증할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차별의사를 입증하기 위해서 도입되는 것이 바로 '맥도넬-더글라스 책임전환의 틀(McDonnell-Douglas burden-shifting framework)' (이하 '맥도넬-더글라스 공식')이다.

맥도넬-더글라스 공식은 세 단계를 통해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차별의사를 입증하거나 반박할 책임을 부여한다. 우선 첫 번째 단계에서 원고는 본인이 차별금지법의 보호 대상에 포함되며, 피고가 자신을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다른 집단의 구성원들과 차별적으로 대우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가 성립된 경우에 책임은 피고에게로 넘어가는데, 피고는 해당 차별행위에 ‘적법하고 비차별적인 이유’가 있었음을 제시해야 한다. 법원이 이를 인정할 시에 입증책임은 다시 한번 원고에게로 넘어간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피고가 제시한 적법하고 비차별적인 이유에 대한 신빙성 판단이 진행된다. 원고는 피고의 차별행위로 인해 당사자들이 입는 부담이 상당하고, 피고가 제시한 적법하고 비차별적인 이유가 그 피해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피고의 차별행위에 고의적 차별의사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세상에 수많은 차별 존재하지만
모든 차별이 부당한 차별 안 돼
‘차별 의사’ 존재 여부 확인에는
섬세한 판단기준이 요구돼


올 8월에 내려진 판결인 '연방 평등고용기회 위원회(EEOC) 대 월마트(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v.Wal-Mart Stores East, L.P.)'는 맥도넬-더글라스 공식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월마트는 직무 수행 중 부상을 당한 직원들에게 회복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경량의 업무를 배정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에서 제외된 임산부 직원들이 이와 같은 정책이 임신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월마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월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월마트가 임산부들을 정책에서 제외함으로써 차별적 대우를 한 것은 인정되지만, 이에는 직무 수행 중 부상을 당한 직원들을 보호해야 하는 산재보험법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적법하고 비차별적인 이유가 존재했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만약 직무상 부상을 당한 직원 외에도 경량 업무 정책의 혜택을 받는 직원이 존재했다면 임산부들을 이 정책에서 제외하는 것에 어떠한 고의적 차별의사가 있었다고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러한 증거 또한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법원은 원고가 맥도넬 더글라스 책임전환의 틀의 세 번째 단계를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월마트의 경량 업무 정책에는 차별의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이 제재하는 차별적 의도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차별의사의 존재 여부를 밝혀내는 것에는 섬세한 판단 기준이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맥도넬-더글라스 공식은 원고, 피고, 그리고 다시 원고에게 차별의사를 입증 혹은 반박할 책임을 분배하면서 단계적으로 차별적 취급에 차별의사가 존재했는지에 대한 초점을 좁혀나가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이민규 외국변호사 (미국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