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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강의, 나쁜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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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강의란 어떤 것일까? 적은 노력으로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다지 남는 것은 없는 강의와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하고 좋은 학점을 받기 쉽지 않지만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강의 중에서 어떤 것이 좋은 강의일까?

뉴욕대(NYU)에서 최근 일어난 일이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사건의 주인공인 원로 교수는 유기화학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한 명망 있는 학자인데, 프린스턴대에서 은퇴한 후 뉴욕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는 정보 전달형이 아닌 문제해결형 강의를 시도하여 여러 차례 우수강의상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금년 1학기에 수강생들의 불만이 담긴 탄원서를 받은 대학 측은 그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즉 학생들의 민원으로 원로 교수가 해고된 것이다.

수강생 350명 중 82명이 서명한 탄원서의 요지는 강의가 어렵고 그들이 들인 노력에 비해 학점이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반면 해당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학생들의 집중력과 이해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은 답안이 많았기 때문에 나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동료 교수들은 대학 측의 해고 조치가 학문의 엄정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수강생 중 상당수도 해당 교수에게 응원 이메일을 보내며 학교 측의 조치에 항의했다. 해당 수업의 조교도 평소 수업이 어렵다고 불평을 하던 학생들은 막상 교수와 조교가 제공한 각종 보조자료는 이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좋은 학점 받을 수 있는 강의인가
학점보다 얻을 게 많은 강의인가
학생들은 교수의 충정 이해 할 것


각자의 입장이 다르겠지만 이 기사와 거기 달린 주요 댓글에 나타난 대략적인 평가는 이렇다. 유기화학은 (미국에서는 대학원 과정인)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라서 나쁜 학점을 받으면 진학에 결정적인 장애가 되기 때문에 의대 지망생과 그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했고, 대학으로서는 대학평가에서 좋은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의 불만을 무마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당 교수를 해고하고, 심지어 성적이 나온 뒤에 소급적인 수강철회를 허용하는 특혜까지 제공했다는 것이다. 과거에 미국 학생들은 유기화학 같은 어려운 과목에서 나쁜 점수를 받으면 “나는 의사 재목이 아닌가 보다”하고 쿨하게 포기했는데, 이제는 문화가 달라졌다는 언급도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 사건은 대학교육에 있어 학생들의 요청을 얼마나 존중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기사를 접한 한국의 교수와 학생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학생들의 평가를 기초로 교수를 해고한 뉴욕대를 편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대학이 학생들에게 좋은 학점으로 아부하는 곳이냐고 개탄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학생들에게 적은 부담과 좋은 학점으로 아부할 생각은 전혀 없고 대학은 그런 곳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강의실은 교수의 자아실현의 장이 아니라 학생들이 앞으로 법률가로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내용과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풍파가 또 어떤 형태로 강의실에 들이닥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은 우리 학생들이 이런 충정을 이해해주는 것 같다. 그에 대한 믿음 또는 착각으로 강의안을 다시 다듬어 본다.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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