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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만나는 클래식] 2022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마담 버터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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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베로나 페스티벌과 더불어 한여름 밤의 야외 오페라를 대표하는 축제다. 매년 7~8월 중 30일간 오스트리아 서쪽 끝에 자리 잡은 보덴 호반에서 펼쳐진다. 페스티벌이 시작된 건 1946년이다. 처음엔 바지선 한 척에 무대를 설치하고 다른 한 척에 오케스트라가 승선한 형태였다. 1948년부터는 배 대신 플로팅 스테이지로 바뀌었다. 페스티벌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1979~80년에는 대대적인 공사로 시설을 현대화했다. 이곳에서는 한 시즌에 한 작품만 무대에 올린다. 거대한 무대를 설치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쓰기 때문이다. 1985년부터는 같은 무대를 1년 더 사용하므로 실제로는 두 시즌에 한 작품을 한다. 지금처럼 각광을 받게 된 기폭제는 1999~2000년의 베르디 <가면무도회>였다. 거대한 해골이 인간의 운명이 쓰인 책장을 내려다보는 무대디자인이었는데, 그 압도적 인상은 고정된 무대라도 얼마든지 드라마틱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21세기 이후에는 2003~2004년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그 실황이 영상으로 발매되어 더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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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와 내년 프로그램은 푸치니의 <마담 버터플라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보통 <나비부인>으로 번역되지만 주인공 초초(나비)상은 미국 남자의 아내답게 ‘마담 버터플라이’로 불리기를 원하는 여인이다. 푸치니도 원작 연극의 ‘버터플라이’를 이탈리아어로 나비인 ‘파르팔라(farfalla)’로 바꾸지 않고 영어 그대로 두었다. 그런 의도를 살리자면 <마담 버터플라이>라는 제목이 훨씬 낫다. 취리히 오페라 총감독 안드레아스 호모키가 연출한 이번 무대는 평소의 브레겐츠보다 심심해 보인다. 동양의 수묵화가 그려진 하얀 종이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백색의 무대를 팔레트삼아 형형색색의 조명이 투사되면서 초초상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마지막에는 무대 전체가 불길로 타오르는 효과를 연출했는데, 초초상으로 상징되는 동양적 세계관이 파괴되어버렸음을 나타내는 듯 싶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오페라 공연의 상식으로 여겨진 전통을 조금씩 거스르면서 오히려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거대한 고정무대의 한계를 스펙터클한 볼거리라는 장점으로 바꿨고, 가수들은 뮤지컬 배우처럼 몸에 달린 마이크를 사용해 소리를 증폭한다. 2만2000명을 수용하는 베로나 페스티벌은 고대 로마의 경기장이어서 소리가 잘 울리는 반면 브레겐츠의 객석은 이보다 작은 7000석이지만 완전히 오픈된 공간이기에 마이크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신 첨단 장치를 활용해 맑고 집중력 있는 음향을 자랑한다. 오케스트라도 무대 앞이 아닌 별도의 실내공간에서 연주한다. 그래야 마이크를 사용하는 가수들과 밸런스가 맞고, 웬만한 비에도 공연할 수 있다. 일부 장면을 생략하는 것도 세계적 오페라하우스에서는 금기시되지만 이곳에서는 2시간 내외로 공연을 마치기 위해 슬쩍 잘라내곤 한다. <마담 버터플라이>도 짧은 분량이 사라졌던데, 오페라 전체를 외우다시피 하는 매니아 관객에게는 불만이겠지만 일반 관객은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여하간 브레겐츠의 성공은 철저한 상업주의의 승리이기도 하다. 주역가수들은 세계적 명성보다 다소 떨어지는 등급에서 선발하되 지독한 연습과 경쟁에 노출시킨다. 출연자 입장에서도 인지도를 높일 기회이니 최선을 다한다. 올해 페스티벌은 8월 19일에 종료되었는데, 10월 초에 벌써 블루레이로 발매된다. 이 영상을 본 사람이 내년 공연에 갈까 싶겠지만, 영상물을 본 사람일수록 브레겐츠 방문을 버킷 리스트에 넣으리란 마케팅 감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런 상업주의에도 불구하고 한층 전문적인 오페라를 다루는 실내 공연장를 따로 운영하는 걸 보면 이 페스티벌의 궁극의 지향점은 돈을 버는 것보다 오페라 예술의 유지발전에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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