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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법의 이유》(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 著, 아르테 펴냄)

영화를 통해 이해하는 생활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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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을 때 법학 교양강의를 하나 맡게 되었다. 교과목 이름은 〈영화를 통한 법의 이해〉였다.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은 교양 수준에서 법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법률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나는 법의 이념이나 정신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영화에 담긴 법률지식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수업시간에 자세히 소개를 해봐야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반면, 영화는 법의 이념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던지기에는 더없이 좋은 교재다. 종합예술인 영화는 인간의 심연을 파고들기도 하고, 난해한 질문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기도 한다. 영화는 짧은 시간에 깊이 있는 내용을 흥미롭게 다루기에 더없이 훌륭한 텍스트였다.

먼저 법에 관련된 주제 중에서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할 만한 중요하면서도 기초적인 질문들의 목록을 뽑아 봤다. 법정에서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 사법 불신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국가가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형사절차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 형벌은 어떤 경우에 정당화될 수 있을까? 사형은 정당한 형벌인가? 역사 부정을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도덕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 편견을 조장하는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법 앞에서 모든 시민은 평등한가? 계약을 파기해도 되는 경우가 있을까? 노동권은 왜 보장되어야 하나?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담겨 있는 영화를 찾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영화들이 제작되어 있고, 강의를 위해 적합한 영화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매년 질문의 목록들을 조금씩 바꾸고 다루는 영화를 추가해가며 강의를 이어갔고, 2016년에는 전 국민에게 무료로 강의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K-MOOC에서 〈문학과 영화를 통한 법의 이해〉라는 강의도 맡게 되었다. 매학기 수백 명의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강의 내용을 꾸준히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그 중 핵심적인 주제 12가지를 모아 책으로 정리하여 출간한 것이 바로 《법의 이유》다.

이 책에 담긴 법률정보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실생활에서 써먹을 생활법률지식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영화 속 내용들을 상기시키면서 민주공화국에서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질문들을 던진다. 비교적 분명한 답을 제시하는 대목도 있지만,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면서 그 질문의 의미를 다각도로 소개한 부분이 훨씬 더 많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기획되었지만, 법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려고 하거나 공부 중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홍성수 교수 (숙명여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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