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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 집행방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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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제일교회 사태
‘재개발 최대의 적은 종교시설?’, ‘사랑제일교회 배짱 알박기에 조합 결국 백기…최악의 선례 남겼다’, ‘대법원마저 무시한 전광훈의 막장 알박기가 통했다…무려 500억 받는다’. 이른바 ‘사랑제일교회 사태’에 관하여 2022년 9월 6일부터 언론이 쏟아낸 기사 중 일부의 제목이다.

서울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은 6차례에 걸친 강제집행 시도가 신도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실패하자 2022년 9월 6일 교회에 보상금 500억 원(공탁금 85억 원 포함)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언론은 하나같이 사태의 본질을 탈법적인 알박기와 불법적인 버티기로만 보고 있다. 버티기를 가능하게 하는 ‘경찰원조의 형해화’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안타깝고 놀라운 일이다.


2. 집행관법 제17조 제2항

헌법은 권리의 보장을 선언하고 법률은 권리의 확인·실현을 규정한다. 국가구제의 원칙에 의하여, 사인이 스스로 권리를 강제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금지되고 국가기관(집행기관)만이 이를 할 수 있다. 권리의 확인·실현에 대한 신뢰가 낮으면 법치주의(법의 지배)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힘의 지배가 자리잡게 된다.

헌법은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헌법 제10조 제2문),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정할 의무(헌법 제23조 제1항)가 국가에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위 헌법 규정들에 근거하여, 민사집행법 제5조 제2항은 '제1항의 경우에(즉, 강제집행의 경우에) 저항을 받으면 집행관은 경찰 또는 국군의 원조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집행관법 제17조 제2항은 '경찰이 민사집행법 제5조 제2항에 따른 원조의 요청을 받으면 이에 응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집행관법 제17조 제2항의 취지는, 국가의 집행기관인 집행관이 스스로 저항을 배제할 수 없어 경찰의 원조를 요청한 경우 경찰은 집행관이 집행할 수 있도록 저항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경찰이 질서유지와 범죄예방 등의 활동만 하고 저항을 배제하지 않아(즉, 형식적으로만 원조를 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면, 이는 법률 위반일 뿐만 아니라 헌법 위반임과 동시에 국가구제(강제집행)의 포기이자 힘의 지배의 용인이기 때문이다.


3. 경찰의 ‘민사문제 불개입 원칙’
가. 형해화된 경찰원조와 그 폐해

경찰청이 작성·운용하고 있는 ‘법원 강제집행 현장 경찰조치 매뉴얼’은, 경찰은 민사문제에 개입할 수 없으며, 민사집행은 민사문제이기 때문에 형사사건화 될 때까지 개입해서는 안 된다(즉, 출동은 하되 저항은 배제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민사문제 불개입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권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노무자를 고용하고, 집행관은 그 노무자를 지방법원장의 승인을 받아 자신의 보조자로 삼아서 물리력을 행사하게 하는 실무가 정착되었다.

경찰이 저항배제에 적극 나서왔다면 저항을 배제하기 위해 채권자가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일이 없고, 법 경시, 떼법 만능의 풍조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이처럼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행관(특히 경비노무자)의 유형력 행사에 비판적이고 채무자를 두둔하는 듯한 언론의 온정주의적 논조와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태도는, 인정받지 못한 주장을 관철하고 좌절된 이익을 쟁취하려는 채무자들의 전투력을 증강시켜 왔다. 사법당국의 미온적 법 적용과 학계의 무관심 역시 사태 악화에 일조해 왔다(이재석, 명도집행 119, 푸른솔(2021), 185~189). 그 결정판이 사랑제일교회 사태다.

나. ‘민사문제 불개입 원칙’의 허구성

첫째, 경찰의 원조의무를 규정한 집행관법 제17조 제2항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권리를 실현시켜 줄 헌법상 책무가 있는데, 사랑제일교회 사태와 같은 경우 경찰 등의 저항 배제가 없으면 집행관의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강제집행 방해는 그 자체가 이미 범죄이고 형사사건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채무자 등의 권리와 자유는 마땅히 보호되고 보장되어야 하지만,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채무자 등은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범죄자로서 현행범체포 등의 대상이다.

셋째, 건축물 철거 등의 강제집행(행정대집행)을 하는 행정청이 행정응원을 요청하는 경우 경찰청은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행정절차법 제8조). 경찰은 국방부장관, 서울시장 등의 행정응원 요청에 따라 농성을 진압하고 있다(2006년 평택 대추리 사태, 2009년 용산 참사 등). 경찰이 저항배제를 행정대집행에서만 하고 민사집행에서 하지 않는 것은 집행관이 국가로부터 보수를 받지 않고 채권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만 본 것이다. 독립된 단독제의 사법기관인 점(대법원 행정예규 제270호), 실질적으로 법원공무원인 점(대법원 판례; 국가배상책임의 주체, 공무집행방해죄의 객체) 등은 외면한 것이다.


4. 미국·프랑스·독일·일본의 경찰원조
가. 미국

미국의 집행관(U.S. Marshal 또는 Sheriff)은 항상 권총을 휴대하는 등 스스로 강력한 유형력을 행사할 수 있어 채무자가 저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나수경 외, 집행관제도 개선방안 연구 -부동산 등 인도집행을 중심으로-, 사법정책연구원(2021), 144~146).

1957년 아칸소주 Little Rock에서 주지사와 시민들이 흑인 소년을 백인 학교에 입학시킬 것을 명한 미국연방법원 판결의 집행에 집단적으로 저항하자, 집행관이 연방예비군을 동원하여 그 저항을 물리침으로써 흑인차별 철폐의 전기를 마련한 바 있다(손흥수, 부동산명도철거집행실무, 한국사법행정학회(2020), 417).

나. 프랑스

프랑스 민사집행법은 Article L153-1에서 '국가는 판결이나 기타의 집행권원의 실현에 조력할 의무가 있다. 국가가 조력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국가구제의 철저한 보장), Article L153-2에서 '집행을 담당하는 집행관은 공권력의 원조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집행관(huissier de justice)은 강제집행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집행법원에 사건을 접수하여 강제집행의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을 받을 수 있으며, 폭력행위와 같은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경찰·헌병 등의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도지사에게 원조를 요청할 수 있다(1992년 데크레(Decret) 제34조 내지 37조 및 제50조).

도지사가 공권력의 원조를 거부하는 경우,, 판례는 채권자가 행정소송으로 손해의 배상, 원조거부의 취소 또는 원조제공의 명령을 구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小柳春一郎, “フランス法における強制退去(明渡し)”, 独協法学(84), 獨協大学法学会(2011), 131~138}. 손해의 배상(국가배상)은 무과실책임이며, 채권자는 원조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공권력 행사과정에 잘못이 있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이를 청구할 수 있다(손흥수, 493~496).

다. 독일

독일 민사소송법 제758조 제3항은 '집행관(Gerichtsvollzieher)은 저항이 있는 경우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경찰의 원조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경찰원조의 실질화를 위한 입법적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2018년 12월 4일 집행관 내지 집행공무원과 경찰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무부·법무부·재정부의 공동예규를 새로 제정했다. 독일연방 법무 및 소비자보호부는 2021년 1월 22일 ‘폭력으로부터의 집행관 보호 및 기타 강제집행법 개정을 위한 법률안’을 연방상원에 제출했다(나수경 외, 84~95).

독일은 ① 집행관이 국가로부터 보수를 받고, ②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을 사무소 내부의 사무처리만 보조하게 하고 집행업무는 보조하게 하지 않으며, ③ 채무자 측이 조직적·폭력적으로 저항하는 경우 경찰원조에 의존하여 집행을 할 뿐 경비노무자는 이용하지 않는 등 우리와 다른 면이 많다(도우람, '독일의 집행관제도', 해외연수법관 수시과제 보고서, 법원행정처(2017), 14).

최근 베를린 리비히가(街) 34번지 소재 건물에 대한 인도집행에서, 1500명의 경찰이 불법적으로 거주하는 무정부주의자 여성 및 성전환자들을 강제로 퇴거시킨 사례가 있다(2020. 10. 9. AP News 보도).

라. 일본

일본 민사집행법 제6조 본문은 “집행관은 직무를 집행하는 경우 저항을 받는 때에는 그 저항을 배제하기 위하여 위력(威力)을 사용하거나 경찰(警察上)의 원조를 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조 요청을 받은 경찰은 위 규정에 따라 위력을 사용해서 저항을 배제하고 있다(일본 최고재판소 사무총국 확인).

원조하는 경찰은 집행관의 지시에 따라야 하나, 범죄가 행하여진 때 또는 행해지려고 하는 때에는 경찰이 독자적인 권한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大阪地裁執行実務硏究会, 不動産明渡·引渡事件の実務, 新日本法規(2009), 380}.


5. 경찰원조 정상화 등을 위한 제언

첫째, 단기적으로는 행정대집행과 일본의 경우처럼 우리 민사집행의 경우에도 경찰이 저항을 배제해야 하는 것으로 경찰 매뉴얼을 개정할 것을 제언한다.

둘째, 중기적으로는 ① 프랑스와 같이 국가에 대해 집행권원 실현에 조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조력을 거부할 때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률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② 독일의 일부 주와 같이 법원과 경찰청 등이 상호 협의하여 공동의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것을 제언한다.

셋째, 위 ‘둘째’와 같은 입법 등을 함에 있어서는, ㉮ 강제집행 이전 단계에서 법 만능, 행정편의주의적 대처를 지양하여 문제나 분쟁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 강제집행 단계에서 경찰원조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되, 인권침해나 가혹집행이 되지 않도록 하며, ㉰ 강제집행 이후 단계에서 채무자의 생활보호를 위한 사회정책적·사회보장적 조치를 강구하는 등의 법령정비와 제도개선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사랑제일교회 사태가 경찰원조를 실질화하는 전환점이 되고, 나아가 실효적인 강제집행과 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논의 등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석 집행관(수원지법 안양지원·한국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