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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왜 지키지 못할 법을 유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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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무렵 어느 검사로부터 1990년대 중반에 사형 집행을 지휘한 경험을 들었다. 두 사형수의 마지막 모습 때문에 정의 실현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고, 한동안 인위적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는 집행 장면을 거듭 상상하면서 모골이 송연해졌고, 인간적이고 철학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김영삼 정부 막바지인 1997년 12월 30일에 20여 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것을 마지막으로 25년째 사형은 집행되지 않고 있다. 1986년 이후 정치범이나 사상범에 대하여는 사형이 선고되지 않았다. 현재 판결이 확정된 사형수 중 생존해 있는 사람은 60명 정도인데, 모두 살인범이고, 그들이 살해한 사람의 수는 200명이 넘는다.

형사소송법 제463조에 따르면 사형은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하고, 제465조에는 “사형집행의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의무조항이지만, 1998년 이래 법무부 장관들은 그 명령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어 인권 부분에서 가점을 받고 있다.

사형제 폐지론의 목소리가 높은 것 같지만 막상 그 범죄들을 보면 쉽사리 폐지를 말하기 어렵다. 사실 나는 검사로부터 이야기를 듣기 몇 년 전에 사형을 선고한 경험이 있다. 그때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여러 명의 판사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판결을 선고하고, 그중 최악의 경우만 사형으로 확정된다. 그 사건도 살인죄 전과가 있는 피고인이 다시 살인을 한 경우였지만 고등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25년째 집행되지 않는 사형제
법과 현실이 다른 대표적 제도
방치는 국가책무 저버리는 것
정부와 국회의 결단만 남아


여론조사는 시기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60~70%의 사람들이 사형제에 찬성한다. 우리나라에서 법과 현실이 다른 대표적인 경우가 사형제도이다. 이것은 형사정책도 아니고 인권옹호도 아니고, 공동체주의도 아니고 자유주의도 아닌 어정쩡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한 형의 집행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법치가 통하지 않는 나라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법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은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행정부는 입법부가 정한 법과 사법부가 내린 판결에 따라 집행할 의무가 있다. 기존의 사형 판결을 집행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면 사면법에 따라 대통령이 정식으로 감형을 하는 것이 맞다. 아니면 법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국회에 사형제를 전부 또는 일부 폐지하자는 법안이 계속 제출되어 있지만 제대로 검토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했지만 언제든 위헌이나 한정합헌 결정을 할 수도 있다. 그 경우 폭넓은 입법권을 행사하는 결과가 된다.

법에 의한 통치를 누구보다 강조하는 이 정부가 해법을 내놓길 기대한다. 법에 따라 집행을 하든 감형을 하든 결단을 하고, 필요하면 정부안을 내서라도 법 개정을 촉구해야 한다. 일부 국가들처럼 전쟁범죄나 집단학살 같은 범죄를 빼고 사형을 삭제하거나, 살인죄를 반복하거나 불특정 다수를 살해한 경우 등에만 사형을 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형제를 존치할 것이냐 폐지할 것이냐는 국가와 인간 그리고 정의에 관한 근본적인 답을 요하는 사회과학계 전반의 화두이자 철학과 종교적 쟁점까지 얽힌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문제일수록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사형제 존폐론에 관해서는 이미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국민의 의견도 다양하게 제출되었다. 정부와 국회의 결단만 남아 있을 뿐이다.


유영근 지원장(남양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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