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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정치의 실패와 법원의 역할: 집권여당의 'n차 가처분'에 관한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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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인용되어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었다. 그런데 그 가처분 결정을 받아든 국민의힘은 당헌의 불비를 보완했다며 또 다른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거기에 이 전 대표가 이른바 'n차 가처분'으로 맞서며 공방은 끝나지 않고 있다.

현재진행중인 정치 사안에 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여야 하나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와 관련하여 사법부와 그 구성원인 판사들에 대한 그릇된 공세가 이어지는 모습이 보여 부득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읽기 편하도록 Q&A의 형식을 취해보았다.

Q 선행 가처분을 한 서울남부지법 51민사부를 못 믿겠다며 국민의힘이 재배당요청서를 제출했다는데.

A 판사 출신 국회의원이 여럿인 정당에서 "판사 바꿔달라"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재판부의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뚜렷한 근거도 없이 막연히 판사들을 흠집낼 수 있는 액션을 취하다니(그것도 집권여당이!), 조용하던 법원에 적잖은 동요가 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Q 서울남부지법에는 가처분 사건을 담당할 수 있는 또 다른 재판부(52민사부)가 있는데도 51민사부에만 계속 배당하는 것이 의심스럽다는데.

A 해당 법원에서 잘 설명했지만 52민사부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 권고의견 8호에 따른 재배당(연고관계가 있는 경우의 재배당)을 할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 둔 예비 재판부일 뿐이다. 52민사부의 부장판사는 다른 민사합의부의 재판장을 주(主)업무로 하고 있고, 합의부원 두 사람은 51민사부와 똑같은 판사들이다.

Q 가처분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신청합의 재판부가 1개밖에 없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A 접수건수를 고려해 사무분담을 정한 것이다. 차라리 정치권의 'n차 가처분'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여의도'의 관할은 규모가 크고 여러 개의 신청합의부가 있는 서울중앙지법으로 하면 어떤가(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Q 법원이 정치적 이슈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지 않은지.

A '정치의 사법화'에 관해서는 법원 내에서도 이미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김진하 판사가 쓴 '정치의 사법화와 법관(법원)의 역할(외국사법연수논집 제136집)' 등 참조]. 요는 정치의 사법화가 세계 각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헌법재판제도 도입, 의회주의 약화, 사법부의 독립 향상 등과 맞물려 나타나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합의기능의 상실이라는 정치의 실패 때문에 불가피하게 생기는 것이므로 긍정적인 현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려면 먼저 정치의 문제해결 능력이 복원되어야 하는 것이지, 정치판이 아수라장 같은 데도 마냥 '법원은 손을 떼라'고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차기현 판사 (광주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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