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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논단] 형사정책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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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400개 이상의 조문을 개정하며 최대의 형사사법개혁을 단행했던 법무부장관 도미니끄 페르벵은 2004년 의회 법안 제안 연설에서 좋은 형사사법제도가 갖추어야 할 4가지 조건을 말했다. 첫째. 형사사법제도는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하고, 둘째. 형사사법제도는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 수단을 가져야 하며, 셋째. 형사사법제도는 신속해야 하고, 넷째. 형사사법제도는 범죄피해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았던 제도라도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그에 맞춰 신속하고 적절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 한비자는“일이 많은 시대에 살면서 일이 적던 시절의 그릇을 사용함은 슬기로운 사람의 대비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효과적인 형사사법이 중요하고 범죄예방, 수사, 재판, 형 집행과 보호관찰에 이르는 전 과정이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면서 프로세스는 최대한 단순화해야 한다.

형사사법의 제1의 목적은 범죄로부터의 사회방위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범죄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피의자의 인권과 범죄피해자의 인권이 보호되고 효과적인 수사가 보장되면서도 수사권 남용이나 위법한 수사가 없도록 사법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지는 ‘조화와 균형의 형사사법’을 지향해야 한다.

충격적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문제의 본질은 형사정책의 실패다. 경제정책은 재경부 소관이고, 국방정책이 국방부 소관이듯 국가정책으로서의 형사정책의 주무 부처는 법무부다. 그런데 국가정책으로서의 '형사정책’과 학문으로서의 ‘형사정책’을 구분하지 못하고 주무 부처인 법무부조차 그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다. 그 결과 법무부가 형사정책을 수립하고 대검찰청이 이를 집행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법무부에 형사정책 총괄 부서인 형사국 없이 수십 년간 검찰국과 대검이 그 역할을 대신해 왔다.

충격적인 신당동 스토킹 사건
문제의 본질은 형사정책의 실패
유사사건 겪으며 무엇을 배웠나
재범원인·실태 분석자료도 없어


경찰도 마찬가지다. 행안부 경찰국 설립이 논란이 된 바 있지만 행안부가 치안정책을 수립하고 경찰이 이를 집행하는 체계가 아예 없고 집행기관인 경찰이 정책수립과 입법, 집행까지 모두 담당하는 기형적인 체제가 오랜 관행이 되어 버렸다. 여성정책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형사정책 개입이 초래한 부작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법원행정처의 과도한 형사정책 관여도 문제다. 사법부의 본질적 기능은 재판이다. 국가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행정부의 몫이다. 프랑스는 헌법 제20조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한다.

그 결과는 형사정책의 실종이다. 일관되고 효과적인 형사정책의 부재다. 과거 유영철, 강호순의 연쇄살인사건, ‘나영이 사건’으로 불렸던 조두순의 아동성폭행 사건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배웠고 무엇이 바뀌었는가. 2021년 3월 발생한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도 스토킹 범죄에서 비롯되었는데 1년 반 만에 다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한 원인은 무엇인가. 범죄로부터의 사회 안전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범방지인데 빅데이터 시대에 재범통계도, 그 원인과 실태에 대한 정밀한 분석자료도 없다.

효과적인 형사사법을 위해서는 범죄예방과 수사, 재판, 형집행과 보호관찰에 이르기까지 유기적 연관성이 중요하다. 일관된 기조 하에 정교하게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도 국회도 아무 관심이 없다. 지난 5년간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이 추진되었고 집권 여당이 위장탈당이라는 무리수까지 동원하면서 ‘검수완박’을 강행했지만 무엇을 위한 검찰개혁이었는지 물어야 한다.

실종된 형사정책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법무부 검찰국을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국과 형사정책을 담당하는 형사국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이 시급하다. 대검은 전국 검찰에 대한 지휘와 집행기능에 집중하면서 형사정책 기능을 법무부로 통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법원행정처도 일본과 같이 판사가 법무부에 파견근무 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근본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는 반드시 재발한다.


김종민 변호사(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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