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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건강칼럼] 전문가의 위기

전문적 판단 이전에 경청과 공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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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싫어하는 유형의 환자가 있다. 인터넷으로 본 질병에 대한 정보나 치료법에 대해 장황하게 말하는 타입이다. 특히 갓 전문의 자격을 땄거나 개원 기간이 짧은 의사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의대생활을 하고 수련을 받아 전문의가 되었는데 감히…’. 변호사들도 어쭙잖은 법률지식으로 아는 척하는 상담자나 의뢰인이 싫다. 왠지 변호사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반인들이 전문지식을 얻을 방법이나 수단이 거의 없어 ‘00사’라는 타이틀 자체만으로도 일반인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전문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다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 ‘변호사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인터넷의 발달은 물론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지켜보고 있는 지금에서는 일반인들도 전문지식을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의학논문도 쉽게 얻을 수 있고, 판례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어려운 의학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환자, 여러 개의 판례를 들고 와 승소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의뢰인. IBM의 왓슨이 미국 의사시험 준비를 하고 암 진단의 정확성이 전문의를 능가하는 수준인 96%에 이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해 미래에 없어질 직업 중의 하나로 변호사를 들고 있다. 간단한 날씨나 스포츠 기사는 이미 인공지능이 작성하고 있다. 복잡한 금융도 인공지능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한 마디로 사회 전반에 걸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위기에 처해지고 있다. 전문지식을 독점하고 있던 전문가들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지식이 보편지식화하고, 전문가의 판단을 인공지능이 대체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미래에 정말 사라질 직업군인가. 대다수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십 년 이상 의학을 공부하고 수련을 쌓은 전문의도, 합격하면 동네에 현수막이 걸리던 사법시험을 합격하거나 비싼 등록금과 과중한 학습량을 견뎌가며 어렵게 변호사가 되었는데, 없어질 운명이라니. 개인적으로는 태도를 바꾼다면 전문가들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자기 말을 우선한다. 환자나 의뢰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화려한 전문지식을 늘어놓는 경향이 많다. 아니다. 이제는 환자의 말을, 의뢰인의 말을 듣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어 주고 공감하는 컴퓨터나 인공지능은 없다. 환자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이고,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아픔을, 사정을 얘기하고 싶고 위로를 받기 원한다. 전문가의 지식이나 판단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원한다. 많은 사람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기보다는 점집을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전문지식과 판단이 아닌 경청과 공감을 주는 전문가의 시대가 도래하길 희망해 본다.


이경권 대표변호사 (엘케이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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