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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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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냄새는 실재하는 마술이다. 담배 냄새에 찌든 자동차를 요즘 자주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2022년 21세기 요즘도 간혹 애연가 기사님이 모는 택시에 탈 때면 담배 냄새가 밴 직물 시트의 냄새가 코를 찌를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정말 마술처럼 1980년대의 햇살 가득한 어느 날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담배를 즐기시는 30대의 아버지가 운전하는 승용차와 그 옆에 앉아 계시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어머니. 내 옆에는 무언가 나의 잘못에 단단히 삐친 동생이 있다. 어디로 가는지 그 날이 무슨 날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흔하디흔한 하루였지만, 그날의 냄새와 차창 속으로 비치던 햇살 그리고 가볍게 행복했던 그 느낌은 수 없는 계절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봉인되어 있다가, 직물 시트의 담배 냄새와 함께 놀랍도록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때의 부모님은 무슨 고민을 하고 계셨을지 어린 자식들을 보며 어떤 마음이셨을지 말을 안 듣는 아들놈 앞으로 뭐하고 살지 걱정이 가득하셨을지 이제와 짐작만 할 뿐이지만 담배 냄새가 소환해 낸 마술의 시간은 나에게는 그저 행복해서 눈물 나는 그런 기억의 한 조각이다.

그때의 아들은 수백 번의 계절이 바뀌어 이제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운전하는 어른이 되었다.

뒤돌아보면 짧은 법조인 생활에서도 언제든 추억으로 꺼내볼 수 있는 마술과 같은 감각들이 여럿 있다. 연수원 시험을 준비하며 새벽에 동기 형과 함께 끓여 먹었던 짜장라면의 냄새, 검찰 시보 시절 아침마다 울려 퍼지던 ‘법은 어렵지 않아요~’라는 중독성 강한 노래소리, 초임 시절 밤새 일을 하다 청사 문을 열고 나설 때 맡았던 새벽공기의 냄새, 크게 혼날 것을 각오하고 잔뜩 긴장해 들어간 검사장실에서 나를 달래주시며 너털웃음을 지으시던 검사장님의 웃음소리, 부장님, 과장님과 함께 걸으며 밟았던 해변가 산책길 모래의 까슬한 감촉. 매일 아침 의식을 치르듯 계장님과 타 마시던 인스턴트 커피의 차갑고 달콤한 냄새. 이런 생생한 감각들은 오래도록 추억으로 각인되어 비슷한 냄새, 비슷한 소리와 함께 나의 일상에 마술을 펼쳐 보여준다.

계절이 또다시 바뀌어 가까운 미래, 그때의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하늘을 나는 무인 자동차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을지, 가상세계로 출근하여 회의를 하고 있을지, SF영화에 나온 것과 같이 기후변화로 몰락한 인류의 끝자락을 살고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때의 나 역시 담배 냄새와 함께라면 언제든 따뜻한 1980년대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차호동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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