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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론스타 중재판정 ‘요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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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를 물어주고, 더하여 2011년 12월 3일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 연평균에 따른 복리 이자를 지급하라는 중재판정이 떨어졌다. 청구금액의 4.6%만 인용됐다면서 95.4%를 이겼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중재판정부의 속내는 어떠했을까? 한국 정부가 95.4%를 이긴 거라 판단하였더라면, 한국 정부와 론스타가 부담한 중재비용 전부를 100등분 하여 그 95.4는 론스타가, 그 4.6은 한국 정부가 부담하도록 명하였을 것이다. 정부가 공개한 '요지'를 보면, 한국 정부는 한국 정부대로 론스타는 론스타대로 "각자가 지출한 비용 부담"하고 "중재비용 동등 부담"하도록 명하였다. 이걸 보면 승패를 반반으로 본 게 분명하다. 청구금액의 4.6%가 인용되었다는 것은 론스타가 처음부터 과대청구하였다는 의미밖에 없다. 사람의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진 돈 한 푼 한 푼 다 진 것이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한국 정부가 론스타 중재로 얼마를 썼는지가 빠져 있다. 중재의 절차에서 당사자는 각자 쓴 비용을 중재판정부에 제출하게 되어 있으므로 정부는 이미 정리된 자료를 갖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쓴 총액이 얼마인지? 그중에서 외국 로펌에 지급된 돈이 얼마인지? 이 정도는 돈을 대는 국민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복리 이자를 지급하라는 대목이다. 미국의 기업금융에 관한 교과서를 보면 1662년 원주민들이 네덜란드 서인도회사에 맨해튼을 24달러에 판 이야기가 있다. 적은 돈 같지만, 24달러를 복리로 투자하였으면 지금은 맨해튼 전부를 몇 개 더 사고도 남을 돈이 되었을 거란 얘기로, 복리 이자가 호랑이보다 귀신보다 무섭다는 설명이다. 어떤 글을 보면 복리 이자는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평도 있다.


중재판정에 복리 이자를 물도록 한 근거는 무엇일까? 론스타 중재의 근거가 된 한국-벨기에·룩셈부르크 양자간투자조약에는 없다. 그 외에 이자를 복리로 계산하라는 어떤 국제조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복리 이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국제법적·공식적 견해는 있다. UN 산하의 기관인 국제법위원회(International Law Commission, 약어로 'ILC')는 국제법의 점진적 발달 및 그 법전화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연구기관이다. 국제법의 법원(法源)인 조약의 모범적인 초안을 작성한다든가 해석론을 제시한다. ILC가 국가 대 국가의 분쟁에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복리 이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공포한 게 있다. 찰스 브라워와 제러미 샤프는 선후배나 사제 간이라 할 수 있는 사이로 둘 다 미국 국무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국제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이 둘은 여러 사례를 검토하여 국가 대 국가의 중재에서 손해배상이 인정되었을 때 이자가 어떻게 계산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결론은 복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국의 국내 법원 역시 단리 이자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 법원도 마찬가지다.

 

중재판정 ‘요지’의 하이라이트는 금융위원회가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것에 대한 승인 심사 절차를 지연시켰고, 그것이 양자 간 조약상의 의무인 공정·공평한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승인심사기한에 관한 한국 국내법상 규정이 훈시규정에 불과하므로 승인 지연 자체가 불법이 아님을 시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심사절차를 지연시킨 것이 “정당한 정책적 목적” 또는 “정당한 규제 목적”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공정·공평한 대우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대체 론스타 중재판정의 복리 이자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투자조약중재가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하던 2000년에 내려진 'Santa Elena 사건'의 중재판정에서 손해의 현재 가치를 완전히 배상한다는 논리로 복리를 인정하였고, 그 후로는 간혹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나, 너도나도 이걸 선례로 삼아 복리를 인정하고 있다. 무슨 뜻인가 하면 다른 근거는 없고, 민간인인 중재인들이 그냥 그렇게 정했다는 말이다. 정부와 국회는 한국-벨기에·룩셈부르크 양자간투자조약을 체결하고 비준할 때 이것이 빌미가 되어 외국인투자자에게 돈을 물어주게 되면 질질 끌지 모를 중재절차의 기간까지 포함하여 복리 이자도 함께 물어주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알면서도 그냥 놔뒀을까?

 

'요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한국과 벨기에·룩셈부르크 경제동맹 사이에 1974년 12월 체결되어 1976년 9월 발효한 조약(이하 '구조약')과 이를 대체한 2006년 12월 체결되어 2011년 3월에 발효한 조약(이하 '신조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여기서 드러나는 구조약과 신조약의 차이다. 구조약은 보호의 대상이 되는 투자를 농업, 공업, 광업, 임업, 통신 및 관광 분야의 사업에 한정하였다(제3조 제1항). 이같이 보호되는 사업 분야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은행, 금융, 부동산 및 건설 분야에 대한 투자는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에 신조약은 보호의 대상이 되는 투자를 제한하지 않고 모든 사업으로 확대하였다(제1조 제1항).


그 결과 구조약이 적용되는 시점, 즉 2011년 3월 전에 발생한 분쟁, ①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HSBC에 매각하려던 게 무산된 것과 관련된 분쟁, ② 론스타의 스타타워 빌딩 투자와 관련한 분쟁, ③ 론스타의 극동건설 투자와 관련한 분쟁은 모두 중재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었다. 반면에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은행에 매각한 것과 관련한 분쟁은 2011년 3월 신조약 발효 후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신조약에 근거하여 중재 관할권이 인정되었고, 한국 정부의 배상책임도 인정되었다. 처음에 뭔지도 모르고 막 체결하였다가도 나중에 양자간투자조약은 물어뜯는다(The BIT bites!)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아예 이런 조약을 송두리째 버리는 나라들도 나오고,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족쇄를 채워 외국인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을 제한하는 게 추세인데, 우리는 거꾸로 갔다. 구조약을 그대로 두었더라면 다 이겼을 것 아닌가?


중재판정 '요지'의 하이라이트는 금융위원회가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것에 대한 승인 심사 절차를 지연시켰고, 그것이 양자간조약상의 의무인 공정·공평한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중재판정은 승인심사기한에 관한 한국 국내법상 규정이 훈시규정에 불과하므로 승인 지연 자체가 불법이 아님을 시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심사 절차를 지연시킨 것이 "정당한 정책적 목적" 또는 "정당한 규제 목적"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공정·공평한 대우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국가는 영토를 바탕으로 거기에 뿌리를 두고 사는 국민이 조직하여 존립하는 정치단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다(제21조 제1항). 국가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조직이므로 이 자유는 국가의 생명을 유지하는 공기와 같고 물과 같다. 국민은 비판할 권리가 있고,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할 때 이를 고려하는 건 마땅히 그래야 할 일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무슨 일을 하고자 할 때 국민 전체의 여론은 고사하고 이웃의 민원만 있어도 행정기관이 이를 고려하는 건 항시 있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도 떨어져 있는 섬이 아니고 남과 더불어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벌어진 일임에도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에 관한 일은 국민의 목소리와 정치인들의 비판에서 절연돼야 한다니, 무슨 나라가 그런가? 정부는 이런 투자조약을 체결하면서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에 관한 일이라면 국민이 비판할 수 없고, 국민의 눈치를 보고 사는 정치인도 뭐라 할 수 없으며, 이를 어겼다가는 큰코다친다는 사실을 사전에 국민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한 적이 있는가?

  

 

곽경직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K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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