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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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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헌법 제10조와 제17조를 근거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배포되지 아니할 권리('음성권')를 가지고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통화나 대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피녹음자의 승낙이 추정되거나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헌법 제10,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또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입장의 판결도 나오고 있다.

재판이나 수사와 관련해서 보자면, 자신이 주장하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또는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상대방과의 대화(통화)를 녹음한 것을 녹취록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상대방이 녹음 사실을 미리 알면 솔직하게 대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하곤 한다. 상대방으로부터 당사자가 원하는 진술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특정 단어·문장을 반복하거나 진술을 유도하여 그 녹취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다른 객관적 증거가 부족할 경우 녹취서는 유용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현행법상 당사자(특히 사회적 약자)가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다는 데에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와 같이 실효적인 증거조사 제도가 없는데다가,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제344조) 또는 문서송부촉탁(제352조)을 신청하더라도 상대방 또는 해당 기관이 임의로 거부해도 거부한 상대방에게 별다른 불이익을 부여하지 않아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당사자로서는 녹취록이라도 만들어 제출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음성권 침해’ 1년 이상 징역
일부개정법률안에 찬반 논란
실체적 진실 발견 등 종합고려
위법성 판단 합리적 기준 필요


올해 8월 18일 국회에서 '대화 당사자 중 일부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이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는데(예컨대 리얼미터 여론조사 등), 반대 입장에서는 ‘갑질, 학교폭력, 사기·배임·횡령, 노동법위반,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과 같은 경우, 구두계약만 하였는데 상대방이 이를 빌미로 계약불이행한 경우 등에 입증곤란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위에서 본 현실 문제의 해결(실체적 진실 발견, 사회적 약자 방어권 등)과 헌법상 권리 보장(음성권, 사생활 보호), 녹음자료의 불법남용 방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위 법률개정안에 대해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위 법률개정안을 수정하더라도, 법원 판결과 같이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는지,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사회윤리 또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등과 같이 위법성 판단기준을 구체적, 현실적, 합리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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