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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가상자산 민사집행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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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발생한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가상자산 투자 시장이 다소 침체된 상황이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관련 민사집행 신청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성질이 동산인지 혹은 채권인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법이 없어 집행 실무에선 여전히 혼선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 당정간담회에서 2021년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총 55조2000억 원이고 일평균 거래 규모가 약 11조3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상자산 사업자를 이용하는 국내 총 이용자 수는 약 1525만 명에 이르고, 실제 거래에 참여하는 이용자 수는 약 558만 명으로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위 조사에 따르면, 빗썸이나 업비트와 같은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신고제 도입 이후 34개 사업자로 정리됐는데, 그 가운데 원화마켓은 5개 사, 코인마켓은 21개 사, 지갑·보관 업자는 8개 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상자산 시장이 날로 확대하고 코인에 활발히 투자하는 이용자가 국내에서만 600만 명에 이르는데도 가상자산 집행을 위한 관련 법이 여전히 공백 상태라는 것은 입법 의무의 해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2018년 5월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해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인 점에 비춰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자산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2021년 11월에도 "비트코인이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같은 판례만 보더라도 가상자산은 규제가 시급한 실질적 자산이다.

지난 6월에는 대법원과 한국민사집행법학회가 공동 주최한 '민사집행법 제정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현직 판사가 가상자산 집행과 관련한 법령이 없는 점을 지적하며 대법원예규 형식으로 가상자산 민사집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즉 가상자산 민사집행과 관련한 입법의 당위성도 이미 법조계 전반에선 확대돼 있는 것이다.

다만 올해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에는 자금세탁 방지 취지에 부합한 규정들만 있고,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이나 법률행위의 성질, 민사집행 절차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국회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2건이 계류돼 있지만, 가상자산의 민사적 집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률안은 아니다.

법원이 민사적 분쟁 해결의 역할을 방기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국정 과제로 선정하고 제도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여야도 가상자산에 대한 민사집행을 통일적으로 규율할 법률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총의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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