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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만나는 클래식

[영상으로 만나는 클래식] 주목해야 할 디바 아스믹 그리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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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오페라하우스의 가장 큰 환영을 받는 소프라노로 리투아니아 출신의 아스믹 그리고리안(1981-)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부터 활약상이 두드러지더니 그새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와 <엘렉트라>(이상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드보르작의 <루살카>(테아트로 레알 마드리드),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며칠 전에는 야나체크의 <예누파>(로열 오페라) 영상이 발매되었다. 이번 여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는 푸치니의 ‘삼부작’ <외투>, <수녀 안젤리카>, <자니 스키키>의 세 주역을 한꺼번에 노래해 격찬을 받았다. 19세기 중반 이후의 레퍼토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양한 언어와 스타일을 섭렵하는 광폭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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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1세이니 적지 않은 나이다. 2004년부터 무대에 섰다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유명해졌을까? 클래식 연주자가 세계적 스타로 성장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유명 콩쿠르 우승자라도 잘츠부르크 같은 큰 무대에 초대되는 데는 대체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 발전한 연주력을 입증해야 함은 물론이다. 성악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하다. 발성이 무르익어야하기에 극장 활동은 대략 20대 후반에야 시작한다. 그래봤자 경력의 출발점에 섰을 뿐이다.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큰 극장에서 조역을 하던 가수가 주역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보다는 작은 극장의 주역으로 시작해 조금씩 이름을 알리면서 점차 큰 극장으로 진출하는 편이 낫다. 그러다 보면 30대 중반은 되어야 메이저 무대의 주역으로 서게 된다. 그래서 아쉬운 점이 있다. 오페라에서 소프라노와 테너는 젊은 커플로 그려져야 함에도 실제로는 청춘의 아름다움과 혈기가 사라져 가는 나이에 성악가로서 전성기를 맞는다는 사실이다. 실연이든 영상을 통해서든 관객 입장에서는 주역 캐릭터의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에는 유튜브를 통해 연주자 스스로 홍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도 보수적 관행이 나아지지 않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요, 오페라 산업의 사양화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아스믹의 부친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마린스키 오페라의 주역급 테너였던 게감 그리고리안(아르메니아 출신)이다. 그런데도 조국 리투아니아, 인접한 라트비아, 그리고 어쩌다 마린스키에 출연하다가 2011년(30세)에야 국제적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메이저보다 약간 급이 떨어지는 극장에서 차이콥스키 작품을 중심으로 몇 년을 노래하니 2016년에는 권위 있는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의 ‘신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좀 늦었지만 이때가 35세! 바야흐로 전성기를 개막할 기회였지만 둘째를 출산, 양육하느라 잠시 쉬어야 했고, 수년 더 기다려 본격적인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2019년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의 ‘여성 가수상’은 아스믹 그리고리안의 차지였다.

그리고리안은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나이에 비해 여전히 아름답다. 특히 고른 치열은 입을 벌려 노래하는 가수로서 매력적이다. 게다가 몸을 던져 연기하는 스타일이어서 진짜 눈물을 흘리기도 하니 한층 깊은 감동을 준다. 맑고 깊은 호수를 연상시키는 투명한 음색인데다가 성량도 풍부해서 정통 리리코 소프라노를 넘어 그보다 무거운 스핀토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 클래식 팬이라면 반드시 눈여겨보아야 할 성악가다.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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