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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과 함께

[법의 신과 함께] 단주(斷酒)를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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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었다. 영구적이며 불가역적인 단주를 결심하였고, 약 2개월 동안 잘 실천하고 있다. 서울법대 1학년 때부터 계속 마신 술이었다. 오랜 친구와의 이별이 아쉬웠지만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으므로’ 떠나보냈다.

술은 인생의 즐거움이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는 기술이 매우 뛰어나서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강력하면서도 정갈한 회오리는 아름답기까지 하였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 나오는 스코틀랜드 아일레이섬의 싱글몰트 위스키의 종류나 유래를 술자리에서 읊거나,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전통주, 중국술, 일본술 이야기를 하면 ‘아하 나는 정말 풍류를 아는 호탕한 사람이야’라는 착각에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였다.

거의 매일 저녁 사람을 만나고, 매일 저녁 술을 마셨다. 대작(對酌)을 하다보면 필름이 끊기는 날이 해가 갈수록 늘어났고, 다음 날 오후까지 해장이 되지 않아 쓰린 속을 부여잡고, 그날 저녁에 있을 전투에 임하기도 했다. 필자는 술이 원인이 되어서 발생한 사건을 수임하면 의뢰인에게 단주를 권한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술에 취하면 몸과 마음의 습관을 이기지 못하고 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의뢰인에게는 단주를 권하면서도 정작 필자는 그날 밤 술을 마시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숙취의 영향으로 다음 날 오전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간 수치가 계속 올라가서 급기야 대학병원 간 내과를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서도 교수님의 충고를 듣지 않고 계속 술을 마시니 간 건강은 악화되어갔다. 저녁에 먹은 만큼 정직하게 찌는 살은 한계가 없었고, 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터지는 불상사도 가끔 되풀이되었다.

단주 2개월 만에 체중이 줄고
옷맵시 살고 얼굴이 살고
의뢰인에게는 더 친절해져
절주 캠페인도 함께 했으면


집에는 술이 좋아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밤에도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핑계를 대었지만 술을 마신다고 수임으로 연결되지 않음은 경험으로 확인하였다. 주위를 살펴보면 지위가 높은 사람과 술을 마신다고 소위 출세라는 것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술을 마셔야 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정도의 사이라면 그런 사이는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사이는 아닐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진실한 교류를 할 수 있고, 담담히 차 한잔을 마시면서도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다. 단주를 선언하고도 저녁 약속은 줄어들지 않았다. 약속 장소 근처 편의점에 가서 시원하게 쿨링된 무알코올 맥주 4캔을 봉지에 담아서 가지고 간다. 무알코올 맥주는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좋으며 칼로리도 낮다. 어떤 제품은 비타민 C가 다량 들어있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은가.

술을 끊으니 좋은 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철학, 인문학, 역사, 경제 서적을 보거나,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서 남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단주 2개월 만에 4㎏이 빠졌다. 살이 빠지니 옷맵시가 살아난다. 살 속에 파묻혀 있던 ‘젊은 날의 잘생긴 얼굴라인’이 다시 살아나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아내가 상냥해지니 집에서 진정 편안한 힐링이 가능하다.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머리가 맑으니 판단력도 좋아진다. 오후가 되어도 피로하지 않으니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의뢰인에게도 더욱 친절할 수 있다. 앞으로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는 희망이 반짝반짝 빛난다.

최근 전 세계 MZ세대 사이에서는 ‘술 취하지 않은’을 의미하는 ‘소버(sober)’와 ‘호기심 많은’이라는 뜻의 ‘큐리어스(curious)’를 합친 ‘소버 큐리어스족’이 유행이라고 한다. 공익광고협의회에서는 금연캠페인만 하지 말고 절주캠페인인도 진행했으면 좋겠다. 이미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에서 절주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중앙정부에서도 전국민 절주캠페인을 추진해보면 어떨까.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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