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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를 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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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셋집을 전전하다 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을 때 자신의 이름을 적은 문패를 대문 앞에 달았다. 셋방살이를 하는 경우 문패를 걸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그 시절의 아버지들은 한평생 내 집을 마련하여 자기 이름을 새긴 문패를 대문에 다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에 공수처가 기관 상징물(CI, Corporate Identity)을 발표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현판 자체가 기관이나 단체명을 기재한 문패이므로 자기 이름과 상징을 새긴 번듯한 문패를 단 공수처와 구성원들의 소회가 어떠할까. 그런데 공수처가 발족한 지 이미 1년 반이 지났는데 이제야 현판식을 가졌다는 것이 생뚱맞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기관 공통의 CI인 태극 문양 대신 독립기관으로서 공수처의 새 얼굴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모두가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짐할 수 있는 좋은 행사였다고 본다.

CI는 주로 시각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로고나 상징 마크를 가리키는데, 조직의 이미지를 통합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게 하고 동시에 이를 외부로 표현하여 미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공수처가 ‘국민을 받들며, 바로 세우는 정의, 새롭게 쓰는 청렴’을 슬로건으로 제시하며 발표한 CI는 공직사회 부패 일소를 위해 국민을 소중히 섬기면서 치우침 없는 독립적 수사를 추구하는 공수처 구성원들의 양손을 형상화하였다.

공수처가 작년 1월에 문패를 달았을 때는 약 25년 만의 논의 끝에 어렵게 조직을 출범시켰다는 감격이 앞섰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새 문패를 다는 자리에서는 독자적인 CI를 가졌다는 기쁨보다는 설립 직후부터 최근까지 공수처를 따라다녔던 여러 사건에 대한 회한도 있었으리라.

문패를 다는 이유가 이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를 단순히 알리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나의 터전을 마련했고,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림으로써 이제는 내 이름을 내건 내 집을 중심으로 좋은 이웃들과 함께 이 사회에 이바지할 것이 없는지를 찾기 위함이 그 목적이리라.

공수처가 이제 새로운 문패를 내건 만큼, 지난날의 과오는 깊이 반성하고 잊어야 할 아픔은 저 멀리 날려버리며, 검·경 등 좋은 이웃들과 함께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은 받으며, 서로 견제할 것은 견제함으로써 CI의 의미대로 국민을 소중히 섬기며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기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상균 검사 (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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