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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정치의 사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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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또 당권 다툼을 법원으로 가져가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과거 민생당 이수봉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에 이어 또다시 당내 분쟁이 법원의 손에 맡겨진 것이다. 사회적 갈등 원인을 정치적·민주적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사법부를 통해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되면 사법신뢰에 금이 갈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주호영 비대위’ 체제를 두고 법원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면서 내홍이 극에 달했다. 재판부는 지난 달 26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면서 국민의힘이 당시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로 비상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현재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다시금 비대위원들을 대상으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는 양상이다.

정치의 문제를 사법부로 가져가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당 내부, 또는 정당 간 갈등이 생길 때마다 정치적으로 해결을 하기보다 ‘법대로 하자’며 사법기구에 의존하려는 대응 방식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국민들은 선거철마다 후보자들이 상대 후보를 고소·고발하는 장면에 익숙하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때는 후보 중 일부만 참여하는 TV토론의 방송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일도 있었다.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처럼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본회의를 통과한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요구하는 행위도 정치의 사법화의 일례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언제부터인가 국회가 국정 현안에 대해 서로 타협해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검찰이나 법원으로 책임을 미루는 행동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의 사법화는 사법부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치과정으로 해결되지 못한 일들이 법원으로 넘어오면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측은 이번 결정이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의 영향을 받았다며 법원의 중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존중 받아야 할 사법부 판단에 대해 각 지지자들이 진영을 나눠 편가르기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당무는 대통령이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며 거리를 뒀지만, 국민의힘 내홍이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과 국정 동력 상실에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분열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 발맞춰 다툼의 당사자인 국민의힘과 이 전 대표도 대화의 창구를 열어야 한다. 결국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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