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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과 함께

[법의 신과 함께] NFT와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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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NFT(Non-Fungible Token) 방식으로 디지털 아트 작품을 발표한 모 미술작가를 만나 소중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 작가는 창작자로서 NFT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고 했다. 기존 수작업으로 유형물에 작업을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로 작업하여 컴퓨터 파일 형식으로 저장된 작품을 보니, 종이와 붓을 넘어선 새로운 표현의 도구가 생긴 것 같아 창작자로서의 기쁨과 자유로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 같아 두려움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급격히 확대되는 디지털 환경을 바라보는 우리 대부분의 모습인 것 같다.

디지털 파일의 형태인 디지털 아트는 웹상에서 대규모 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현실적 측면에서 창작자의 저작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아트 작가는 창작자로서의 적절한 명성이나 대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디지털아트는 수십 년 전 등장했지만, NFT화 기술 이전에는 예술에서 주류적 표현 방법이 되기는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NFT 기술은 디지털 파일에 링크 정보라는 명찰을 달아 원본증명과 프로비넌스(거래 내역이 남은 장부) 기능을 부여했다. 이는 웹상에서 원본과 동일한 복제본을 무한히 만들 수 있는 디지털 파일을 세상에 하나만 존재하는 작품으로 만들어, 그에 대한 가치 산정 또한 가능하게 해주었다. 디지털아트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심지어 NFT화된 디지털 아트는 미래에 작품이 거래될 때마다 판매 수익의 일부를 창작자가 계속 누릴 수 있도록 거래 플랫폼 내에서 로열티 설정을 할 수도 있다. 저작권법상 ‘추급권(追及權)’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NFT화 작품 거래는 창작자에게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거래 플랫폼 내에서 현실화된 사실상의 NFT화 디지털아트 관련 추급권은 단지 규범 또는 사인간 계약으로서의 의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NFT 거래는 그 거래 시스템상 이행까지 자동으로 보장받게 되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을 생각할 수조차 없게 만든다. 사실상 수범의 영역까지 영향을 주는 셈이다.

현행법으로 보장되지 않은 추급권을 새로운 NFT 기술과 그 거래 플랫폼의 규칙으로서 현실화한 것처럼, 기술은 이제 인간과 사회를 보조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 시장의 요구에 따라 사용자들 간의 새로운 규범까지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이러한 NFT 기술을 보면 어느 순간 기술의 발전은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왔던 법의 역할을 송두리째 바꿔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저작권과 관련한 전통적인 분쟁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쟁의 빈도나 규모가 높아질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불법 복제로 인한 저작권 침해는 쉽게 일어날 수 있고, NFT화 된 디지털 파일을 구매한 자는 자신이 법적으로 정당한 디지털 아트를 사용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 그 권리는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되는지 여부조차 명쾌하지 않다. 심지어 기존 방식의 유형물 창작에 익숙한 작가들은 NFT화 디지털 아트를 창작하고 홍보 및 유통하는 과정에서 제3자의 조력을 받게 되면서, 공동저작물의 문제나 매절계약의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는 분명한 도전이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시장과 관련된 법률 환경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은 2019년 ‘디지털 단일시장에 관한 저작권 지침(CDSM)’을 통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변화하는 저작권 이용 환경에 맞춰 소비자와 창작자가 디지털 세계를 잘 활용하고, 디지털 환경의 참여자 간 이익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저작권법 개정과 관련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현 변호사 (법무법인 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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