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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법문정답

[박성민의 법문정답] 대중 통치 시대...검투사가 된 정치인

法問政答 : '법이 묻고 정치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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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글래디에이터’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유했습니다.

“결국 검투사가 대중의 인기를 받게 되고, 그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 황제 본인이 직접 검투사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데 황제가 자신이 없으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옆구리를 푹 찌르고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로마 황제(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총애를 받던 장군 ‘막시무스’가 자신의 아버지인 황제를 살해하고 황제 자리에 오른 ‘코모두스’에 의해 아내와 아들을 잃고 노예로 전락한 후 검투사가 되어 복수하는 내용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을 막시무스, 윤석열 대통령을 비겁한 황제 코모두스에 비유한 듯한데, 제가 주목한 것은 황제를 직접 칼을 들고 싸우는 검투사 신세에 비유한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2006년에 쓴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프롤로그 ‘대중은 통치하고 싶다’에서 “여기 원형 극장이 있다. 노예 출신의 검투사들은 피를 흘리며 싸우다 죽어간다. 황제와 귀족들은 술을 마시며 이를 즐긴다. 그러나 지금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라. 칼을 들고 싸우는 사람은 누구인가? 놀랍게도 황제다. 대중들은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다. 이제 정치인은 더 이상 통치하는 자가 아니다. ‘죽지 않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원형 극장의 검투사이거나,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는 격투기 선수 신세가 되었다.”고 썼습니다.

이렇게도 썼습니다. “지도자와 대중이 구분되지 않는다. 학력, 경력, 경제력, 사회적 지위 그리고 무엇보다 정보력에서도 엘리트는 대중과의 차별화에서 실패한다. ...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예측한 대로 ‘모든 엘리트가 대중이 되고, 대중이 엘리트가 되는’ 사회가 도래했다.

 

정치인을 두려워하는 시대 가고
정치인이 대중 두려워하는 시대
정치인은 대중이 요구한다면
칼을 들고 싸워야 하는 처지에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문가라 하면 으레 변호사, 의사, 교수 등 몇몇 직업을 손에 꼽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분류 자체가 의미 없어졌다. 모두가 전문가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 이제 대중은 통치하고 싶어한다. 대중은 정치인을 지배하기를 원한다. 대중이 정치인을 두려워하는 시대는 가고, 정치인이 대중을 두려워하는 시대가 왔다. 대중은 할 말을 하면서 두려워하지 않지만, 정치인은 두려워서 할 말을 하지 못한다. ...과거엔 대중이 낱낱이 노출되어 있고 통치자는 정보의 구름을 타고 천상에서 지배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옛날에는 국회의원 하면 학력, 경력, 경제력, 사회적 지위에서 남다른 사람이나 가문의 몫이었습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통치자는 대중과 신분이 다른 것이 당연시 되었습니다. 서민이 왕이나 귀족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통령도 대중과 ‘똑같은’ 사람이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정치 컨설턴트 딕 모리스는 “정치인들은 카리스마 신드롬에 빠져 있지만 실제로 2차대전 이후 대통령 중에 영웅적 이미지로 대중을 압도했던 이는 존. F. 케네디가 유일했다”고 평했습니다. 케네디는 ‘귀족 이미지’가 있는 마지막 대통령이었습니다.

대중의 시대에는 대중을 알아야 대중의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냉전이 끝난 직후 등장한 빌 클린턴은 그런 면에서 뛰어난 대중 정치인이었습니다. 영웅이 될 수 없는 시대 정치인들 중에 그만큼 대중을 잘 이해한 정치인은 없었습니다. 그는 탁월하게 대중과 소통했습니다. 스스로 거추장스러운 지도자의 겉옷을 벗어던지고 자신이 바로 대중의 한 사람임을 선언했습니다. 대중은 클린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자기와 똑같은 욕망을 갖고 있고, 똑같은 실수를 하고, 똑같은 변명을 하는 클린턴에게 반감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런 정치인입니다.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를 쓴 직후인 2006년 초에 훗날 아베 내각의 각료들이 된 일본 정치인 몇몇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한국에서 인터넷 댓글은 어떤 사람들이 씁니까?”라는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도 인터넷 댓글 씁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어떻게 그럴 수가’라는 표정을 짓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빌 클린턴과 노무현이 대중 정치 시대를 열었다면 트럼프, 윤석열, 이재명, 이준석은 ‘대중 통치 시대’에 대중의 요구에 따라 칼을 들고 싸우는 검투사나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는 격투기 선수 같은 신세가 되었습니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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