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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과 함께

[법의 신과 함께] ‘출국 대기 제도의 대전환’ 마지막 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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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방문하면 제일 처음 듣는 공식적인 인사가 무엇일까? 세계 공통 인사는 의외로 ‘무슨 목적으로 방문하셨나요?’라는 출입국 공무원의 질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 질문은 그 막연한 느낌보다는 중요성이 크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까지 가서 입국을 거절당하는 일이 생각보다는 흔하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공항에서만 입국이 거부되는 외국인의 숫자가 연 4만3000명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어쩌다 한국까지 왔다가 되돌아가는 지경에 이른 것일까? 여권이나 비자에 문제가 있는 경우, 입국 목적을 잘못 대답하는 경우 등 사정은 다양하다. 코로나19 유행기에는 방역 관련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입국을 거부당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들 대부분은 다음 비행기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동안 대기하는 ‘출국대기실’이라는 장소에는 버스터미널 대합실처럼 나무의자가 줄지어 있다.

그런데 가끔은 대기자들이 며칠이 아니라 몇 주, 심지어 몇 달간 공항에 머무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주요한 원인은 한국의 특이한 난민제도이다. ‘난민 회부 심사’라는 일종의 사전심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면서, 이를 법적으로 다투기 위해서는 입국하지 못한 채 공항에서 장기간 소송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출입국관리법 시행 따라
출입국대기실 운영 개선됐지만
난민신청자 관리는 그대로 방치
장기대기 관련 제도 마련 절실


이런 장기 대기자의 상황을 더 열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것이 출국대기실 업무를 용역업체에 하청을 주는 행태이다. 어린아이들 네 명이 포함된 일가족이 1년 가까이 공항에서 노숙했던 앙골라 난민 가족 사건을 포함하여 그간 공항에서 수많은 장기 대기자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이들이 장기간 공항에서 노숙하는 동안 이들은 완전한 제도의 공백 속에 있었다. 식사, 의료, 주거, 위생 모두 시급한 문제였지만 공식적인 제도가 아닌 시민사회의 도움으로 해결되어 왔다.

공항 출입국 행정을 제도의 공백 속에 두는 긴 관행이 변화하고 있다. 2021년, 출국대기실을 국가가 운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2022년 8월 18일 마침내 개정법이 시행되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하여 “인권침해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출국대기실을 민간 운영에서 국가 운영으로 대전환”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제 난민신청자 일가족이 공항에서 1년 가까이 숙식하며 건강을 위협받는 일을 막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제도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법은 출국대기실을 국가가 운영하는 시설로 만드는 데에 그쳤다. 출국대기실이 아무리 개선되고, 훌륭히 운영되더라도 이는 장기간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장기간 대기가 뻔히 예상되는 난민신청자, 각종 출입국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사람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관하여는 여전히 아무런 제도가 없다.

장기 대기자가 발생한 경우에 관한 별도의 제도, 별도의 시설이 필요하다. 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제도를 운영하는 법무부 공무원의 입장에서도 상당부분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년 적지 않은 난민신청자들이 공항에서 노숙하며 절차를 기다리는 마당에, 공항에는 이에 대처할 공무원 한 명, 시설 하나, 법적인 근거 하나가 없다.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출입국 공무원들 입장에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제 국가가 새로이 운영하게 될 공항 출국대기제도는 서서히 그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다. 스스로 밝힌 포부대로 출국 대기실을 ‘대전환’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키 하나가 남았다. 장기 대기에 관한 제도가 이제라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한재 변호사(사단법인 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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