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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과 함께

[법의 신과 함께] 입양의 제자리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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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에는 민법상 입양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요보호아동의 입양에 대한 내용을 주로 쓰고자 한다. 이 경우 입양은 아동에게 사회가 가정을 만들어 주는 절차이다. 또한 개인의 신분에 중대한 변동을 가져오는 가족법상의 법률행위이며, 원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하기 어려운 경우 택하게 되는 아동보호 방법 중 하나이다. 매우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의 입양은 이러한 취지에 맞게 진행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간간이 언론지상에 올라오는 부모를 찾으러 온 해외입양인의 사연을 보면 어렸을 때 집을 잃어버려 떠돌던 중 입양되었다거나, 부모 모르게 할머니가 입양을 보냈다거나 하는 내용을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런 일들은 한국전쟁 무렵에 일어난 일들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이 가장 많이 이루어졌던 시기는 1980년대이며, 가장 정점을 찍은 1985년에는 8837명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었다. 지금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대부분은 미혼모의 자녀였다. 이 시기 해외입양은 직계존속 중 누군가의 동의만 있으면 입양기관이 아동에 대한 해외이주허가만을 받아 아동을 해외로 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친모의 동의나 입양부모 심사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으며 입양절차에 공적인 개입은 전무하다시피했다.

해외 입양 아동 총 20만 명 추산
대부분 형식적 절차로 이루어져
‘입양특례법’ 있지만 운영은 허술
‘입양 절차 일원화’ 법 개정 절실


이런 상황은 2012년까지 지속되었다. 2012년에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입양특례법으로 개정되면서 요보호아동의 입양절차에 공적인 개입이 강화되었고 그 핵심은 법원에 의한 입양허가절차의 도입이었다. 입양이 요보호아동의 신분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생각한다면 이 과정에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하지만 2012년 이전에는 법원은 요보호아동의 입양 절차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사이 20만 명이 넘는 아동과 그 가족까지 고려한다면 100만 명에 달하는 국민들의 중대한 신분 변동이 사법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본인의 뿌리를 찾기 위하여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해외입양인이 본인의 신분에 관한 기록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면서 “한국은 기록에서 정의롭지 않은 나라”라고 했던 분노의 일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2012년이 되어서야 입양은 비로소 요보호아동의 신분에 중대한 변동을 가져오는 법률행위로 인정받아 그 과정에 사법부가 개입하는 절차로 자리매김되었다.


2012년 개정을 통하여 사법부에 의한 개입은 실현되었지만, 입양은 여전히 공적인 아동보호 체계와 분리되어 별개로 운영되고 있었다. 친생모에 대한 상담과 입양의 동의, 입양부모의 연결은 공적인 개입이 없이 민간의 입양기관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는 아동보호 체계가 취약한 것도 원인이었다. 오랜 세월을 요보호아동을 해외에 입양 보내는 방법으로 아동보호를 해왔던 탓에 아동보호체계가 발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던 차에 재작년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양천입양아동학대사망사건 일명 '정인이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현재의 입양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의 공공성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게 되었다. 이의 핵심은 공적인 아동보호체계와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는 입양 절차를 아동보호 체계 안에서 일원화하는 것으로서, 친생모의 상담 및 입양부모의 신청 등 입양 절차의 전반적인 진행을 공적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여야 합의는 이루어졌으나, 의사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 입양특례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 후반기 국회 상임위가 구성된 만큼 조속한 통과를 기대해 본다. 법안 개정을 통하여 입양절차가 아동보호체계 안에서 원가정 보호의 원칙과 아동 최선의 이익을 우선에 두고 운영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오영나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