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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언어 놀이…이름에서 받침을 빼면 어떻게 읽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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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거꾸로 읽어도 같은 발음인 ‘우영우’라는 이름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극중 우영우 변호사가 말하는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이란 단어에 새삼 관심을 갖는다.

필자는 2018년에 펴낸 《춘추전국시대》라는 시집에서 ‘우병우’라는 시를 발표했는데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나윤나 박영박 선상선 우병우 윤시윤 이선이 정유정/ 앞뒤로 읽어도/ 돌고 돌아 같은 이름/ 운율 맞아 좋을시고!
이런 말을 회문(回文)이라는군/ 영어로는 palindrome/ 인터넷 찾아보니 재밌는 회문 많네
여보 안경 안 보여/ 다시 합창합시다/ 자꾸만 꿈만 꾸자/ 아들 딸이 다 컸다 이 딸들아
Nurses run. / Was it a car or a cat I saw?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소주 만 병만 주소’ 등 여러 회문을 읊으며 즐기는 모습을 봤다. 영어 참고서에서 ‘Madam! I'm Adam.’이란 예문을 발견하곤 절묘한 표현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렇듯 다른 언어권에서도 언어 놀이 사례가 많다. 흔히‘언어 유희(遊戱)’라 하여 말장난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렇게 폄훼할 일은 아니다. 시의 운율, 광고 카피, 신문기사 제목 등에서는 두운(頭韻), 각운(脚韻)을 맞추어 언어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한시(漢詩)도 운을 맞추는 게 작법의 기본이다.

한국인은 자라면서 ‘원숭이 궁둥이는 빨개/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다/ 맛있는 건 바나나…’ 같은 말놀이로 상상력을 키웠다. ‘비행기, 기차, 차표, 표주박, 박달나무…’ 같은 끝말잇기 놀이로 어휘력을 연마했다. 가로세로 단어를 맞추는 마방진 놀이도 언어에 대한 사고력을 요한다. 영자 신문에는 가로세로 단어 잇기 퀴즈인 ‘크로스워드’가 인기 연재물이다. 독자들은 퀴즈를 풀며 어휘 실력을 늘린다.

인류의 조상인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손으로 나뭇가지 따위의 도구를 사용했고 입으로는 말로 의사소통을 했다. 손과 언어의 사용은 두뇌 발달을 촉진시켰다.

유머 강사 김진배 원장의 저서를 보니 이런 일화가 실려 있었다. 청중을 웃겨야 하는데 새벽에 불려나온 기업체 임직원들은 잠이 모자라 눈을 감고 들으려 하지도 않았단다. 이름에서 받침을 빼는 언어 놀이를 시작하면서 사태를 반전시켰다. ‘김진배’는 ‘기지배’가 된다. 청중은 폭소를 터뜨렸다.

임철순 전 한국일보 주필은 사람 이름에서 받침을 빼 부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임 주필은 칼럼에서 김대중은 기대주, 조국은 조구, 김어준은 기어주, 이성윤은 이서유가 된다고 적시했다.

필자는 ‘이름 자랑’이란 시에서 받침을 빼면 우습게 들리는 이름 100여 개를 열거했다. 실명(實名)도 있겠으나 대부분이 창작물이다. 찜통더위로 불쾌지수 높은 요즘 이 이름들을 읊으며 한바탕 웃으시기를!

강만귀 강영원 강병원 강옥림 공국만 공도림 구덕길 국민홍 길다련 김문상 김언왕 김정귀 남홍국 노갑달 노달진 동양진 마국패 맹성원 목강진 문거원 문길곤 문석원 문순립 문장빈 민나림 박강진 박국민 박복양 백공팔 부순자 사강진 사국련 사임당 상만귀 상신민 상일빈 상재길 손남길 송곤길 송남묵 송남탁 송환제 신시행 신엄민 심래길 안강림 안남곤 안부진 안수랑 안옥진 안일곤 양빈행 엄두원 엄걸진 엄부방 엄찬필 염의동 온진만 우걸진 우숭림 윤치행 임방국 장치길 정고림 전수진 제준동 주국민 진경원 진학동 진황자 추월랑 함완일 허상빈 허운대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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