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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법문정답

[박성민의 법문정답] (8) “‘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하는가”

法問政答 : '법이 묻고 정치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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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정치를 하고 싶다며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웬만하면 말립니다. 세 가지를 잃게 될 거라고 가볍게 웃으며 조언합니다. “삶의 질이 떨어질 겁니다. 지적 역량이 떨어질 겁니다. 그리고 돈이 줄어들 겁니다.”

정치를 하면 맘대로 살 수도, 먹을 수도, 갈 수도, 탈 수도, 입을 수도, 놀 수도, 말할 수도 없습니다. 늘 유권자와 기자의 눈을 의식해야 합니다. 스마트폰 시대라 더 조심해야 합니다. 한 방에 훅 갈 수가 있습니다. 똑똑하던 사람들도 정치만 하면 놀라울 정도로 시야가 좁아지고 단순해집니다. 정치 입문 후에 더 깊은 통찰을 담긴 글을 쓴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정치 수준에 지적 수준이 수렴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어지간히 간이 큰 사람이 아니면 정치하면서 부를 축적할 수 없습니다. 운이 좋아 당선되면 모를까 낙선하면 재산이 팍팍 줍니다. 전문직이나 재산이 있는 사람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지만 생계형(?) 정치인은 비루해지기 쉽습니다.

정치는 머리 아닌 가슴으로
2인자의 굴욕 마다하지 않고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생각
결과위해 적과도 손을 잡아야


가벼운 웃음을 주고받은 후 비로소 정치의 위험에 대해 경고합니다. “정치는 어렵습니다. 정치는 무섭습니다. 정치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습니다.” 밖에서 보면 정치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해 보면 자신의 정치 인생뿐만 아니라 운명을 좌우하는 ‘실존적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 파도가 밀려오듯 쉴 새 없이 밀려옵니다. 정치적 판단이든 정책적 결정이든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습니다. 아군보다는 호시탐탐 노리는 적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두려워해야 할 더 큰 이유는 무섭기 때문입니다. 동서고금 이래 권력은 피를 부르고 죽음을 부릅니다. 정치에서 동지의식은 옛말입니다. 이해가 다르면 친구도, 선배도, 은사도, 은인도 봐주지 않는 ‘비열한 거리’입니다. 충성도 의리도 없습니다. 정치도 낭만의 시대는 진즉 끝났습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옵니다. 씻을 수 없는 모멸감을 받았다면 ‘빚은 반드시 갚는’ 것이 조폭과 정치의 공통점입니다. 갑을 관계가 수시로 바뀌는 정치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을’의 위치에서 모멸을 받습니다. 속으로 쌓인 분노와 증오는 ‘갑’이 되는 순간 폭발합니다. 정치와 전쟁의 차이는 퇴로를 열어주느냐에 달렸는데 요즘은 정치도 퇴로를 열어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런 말을 들었다고 정치를 쉽게 포기하겠습니까. 그러면 정치가 적성에 맞는지 생각해보라며 몇 가지 얘기를 덧붙입니다. 그중에 하나가 “왜 서울대(특히 법대) 출신이 정치에서 실패하는지”도 단골 레퍼토리입니다. “정치를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합니다. 정치를 혼자 합니다. 도와준 사람에게 감사할 줄 모릅니다.”

그러면서 ‘3김’ 얘기를 해줍니다. ‘3당 합당’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대통령이 된 김영삼, 네 번의 도전 끝에 70대에 대통령이 된 김대중, 2인자의 굴욕을 마다하지 않았던 김종필 모두 ‘포르투나’를 극복할 ‘비르투’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그런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발견한 것은 다른 이유입니다. 그들은 정치가 재미있었습니다. 토머스 에디슨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이 말은 노력이 아니라 ‘영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노력이라고 말한 무수한 실험이 에디슨은 재미있었습니다. 3김도 정치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3김에게 받은 또 다른 영감은 정치는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생각하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3당 합당’, ‘DJP연합’을 할 수 있었던 거죠. 반대로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됩니다. 그런 사람은 종교인, 언론인, 법조인, 학자, 시민운동을 하는 게 낫습니다. 정치가·군인·기업인은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사람의 영역입니다. 결과를 위해서는 적과도 손을 잡는 담대함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정치를 해도 되지만 아무나 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