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광장

변호사의 전문적 업무에 직접 간섭하지 않는 통치자

변호사소개·법률소비자 유인·변호사쇼핑몰 플랫폼

180581.jpg

 

근래 흥행한 전투기 영화의 주인공은 남다른 경력과 실력을 갖춘 장년의 조종사입니다. 조직은 현장전문가-현장관리자-경영관리자의 순으로 직급이 높아져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커집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경영관리자인 해군 제독이 되지 못하고, 아직 현장전문가인 조종사로 남아 있는 것이 '출세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① 전문가 - ‘업무를 현장에서 직접 처리하는 실무자’입니다. 90년대 중반 군대 부사관의 명칭을 전교(專校)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변호사조직에서는 현장에서 서면을 작성하고 변론에 출석하는 변호사를 뜻합니다.

② 현장관리자 - 전문가들을 현장에서 통솔하는 관리자입니다. 변호사조직에서는 변호사들의 업무수행을 검토·통제하는 파트너·선임변호사를 뜻할 것입니다.

③ 경영관리자 - 사건에 관여하지 않고, 경영관리·정책적으로 총괄합니다. 경영관리자인 대학교의 총장은 교수의 강의와 연구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쇼핑몰의 경영진은 입점업체의 의류 제조 등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경영관리자로서 조직의 성과를 개선합니다. 변호사 조직은 영업능력을 갖춘자가 우월적 지위와 영향력을 가져 경영관리자가 됩니다. 이들은 현장전문가 역할을 겸직하기도 합니다. 


경영관리자는 전문가의 업무를 경영에 필요한 만큼만 알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급이 올라가고 현장에서 멀어져 경영관리자에 가까워질수록, 업무는 현장과는 멀어지며 추상화됩니다. 경영관리자는 구체적 현장의 모습이 아니라, 장기나 체스를 두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추상화된 업무를 수행합니다.

 
1970년대 소설인 엔더의 게임(Ender's Game)은 곤충형 외계 종족이 여왕의 생각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의사결정이 느린 인류의 군대가 대항할 수 없게 되자, 6세의 아이에게 함대사령관이 되기 위한 훈련을 시켜 11세에 실제로 함대를 지휘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SF소설입니다. 전함이나 전투기에 타본 적 없는 어린아이가 함대의 사령관이 된다는 일견 유치해 보이는 설정은, 한편으로는 현장전문가의 업무를 정확히 몰라도 유능한 경영관리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군은 장교를 참모장교와 지휘관장교로 나누고, 주로 참모장교를 고위직으로 진급시킵니다. 참모장교는 소대·중대 같은 작은 부대에는 근무하지 않고 상급 부대의 참모직 위주로 보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대장·중대장과 같은 현장관리자를 해보지 않아도 장군이나 장군의 참모 같은 경영관리자가 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경험 때문일 것입니다.

 
소비자를 상대하는 단체는 영업능력을 가진 자가 사실상의 경영관리자가 됩니다. 변호사 조직 역시 사건을 영업해오는 자는 우월적 지위와 영향력을 갖는 경영관리자가 됩니다. 변호사법은 전문가인 변호사들의 독립성을 정부와 사기업·비변호사로부터 보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사법은 비변호사가 변호사를 고용하여 경영관리자·현장관리자의 지위를 동시에 갖고 변호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또한 비변호사든 변호사든 법률소비자를 변호사에게 유인하는 영업능력을 갖추어 변호사쇼핑몰·브로커가 되어 경영관리자의 영향력으로 변호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반면 변호사가 주체인 광고행위는 변호사의 독립성이 보호되므로 허용됩니다.

 
위법한 소개·유인과 합법적 광고는 '누군가가 변호사를 법률소비자에게 소개·유인하려고 홍보하고, 그 홍보를 접한 소비자가 변호사를 선택하거나 하지 않는다'라는 점에서 외형이 동일합니다. 따라서 위법한 소개·유인과 합법적 광고를 구분하는 기준은 '소개·유인의 주체가 변호사인가, 아닌가' 하나뿐입니다. 변호사 자신이 주체가 되고, '변호사로부터 연장된 팔'에 의한 광고행위는 '자주(自主)소개·유인' 행위로 합법적 광고입니다. 반대로 광고행위의 주체가 변호사가 아닌 타인(브로커, 변호사백화점)인 타주(他主)소개·유인 행위는 변호사법에 위반됩니다.

 

즉 광고주체인 변호사가 아닌 타인이 변호사업을 하는 것처럼 의뢰인을 모아, 영업능력으로 변호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질적 '경영관리자'가 되어 변호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반면 전문가·현장관리자이자 경영관리자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가진 변호사 자신이 자주광고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즉 변호사법은 '영업만 해와서 경영관리자의 영향력만 갖는 것은 변호사조차 못하며, 변호사가 법률사무를 현장관리까지 하는' 쪽만을 오히려 허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변호사쇼핑몰은 사기업은 물론 법무법인이나 변호사가 운영해도 위법인 것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80581_0.jpg

어느 건물에 다수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건물외벽과 내부에는 법률소비자들을 변호사에게 소개·유인하기 위한 안내문들이 가득합니다. 해당 건물의 소유자가 사무장 로펌의 운영자나 변호사 쇼핑몰 경영자라면 법률소비자를 타주소개·유인하는 것이므로 위법합니다. 반대로 변호사가 건물주로부터 건물이라는 광고도구를 임대한 것이라면, 변호사들이 자주소개·유인하는 합법 광고행위입니다.

 

사무장 로펌 운영자는 영업·경영에 관여하는 경영관리자·사건 수행에 관여하는 현장관리자의 지위를 둘 다 가지므로 겉모습만 보고도 쉽게 구분됩니다. 이는 타주소개·유인 내지 변호사 고용·동업행위로서, 변호사법에 위반됩니다. 반면 건물주가 변호사 쇼핑몰 경영자인지, 단순한 임대인인지는 겉모습만으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변호사들이 월 일정금액을 내면 임대인, 변호사들이 매출의 일부를 내면 쇼핑몰 경영자'라는 식으로 겉모습에 따라 구분하는 기준은, 변호사법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다양한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없는 과거의 구분기준으로서 불합리합니다. 위법한 변호사쇼핑몰이든, 합법적 임대인이든 월 일정액만 변호사들에게 받는 겉모습이 같을 수 있습니다. 결국 위법한 변호사쇼핑몰인지 합법적인 건물주인지는 변호사법의 보호법익인 변호사의 독립성 침해여부를 기준으로 구분해야합니다. 아래의 요건 중 일부에 해당하면, 타주소개·유인으로 위법한 변호사쇼핑몰로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타주소개·유인행위를 하는 위법한 변호사쇼핑몰의 특징

① 쇼핑몰과 변호사간에 협조하며 갈등하는 노사관계적 동업 관계가 있고, 업무수행결과에 의한 평판의 연대 관계가 있다.

② 쇼핑몰이 변호사들의 영업·경영관리를 지원해 상호 협조하여 법률사무를 제공한다. 

③ 법률서비스를 원하는 법률소비자가 변호사 대신 쇼핑몰로 찾아오도록 유인하기 위해, 쇼핑몰 자신을 변호사와 유사하게 광고하고 있다

④ 변호사쇼핑몰은 주된 운영 목적이 변호사들을 법률소비자와 연결하여 타주소개·유인하는 것이며, 광고가 부수적 수익모델이 아니다. 

⑤ 쇼핑몰의 행위양태를 종합하여 볼 때 변호사법의 보호법익인 변호사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수 있는 구조로 보여 국민의 사법신뢰를 훼손할만한 겉모습이 있다. 


입점업체 매출의 일부를 받든, 정액의 이용요금을 받든, 변호사가 아닌 쇼핑몰이 주체가 된다면 이는 항상 위법한 변호사 쇼핑몰 플랫폼입니다. 따라서 변호사소개·법률소비자 유인 플랫폼이 ‘건물주처럼 법률사무에는 간섭하지 않으며 월 정액요금만 받는다’고 주장해도, 플랫폼은 변호사 쇼핑몰로서 경영관리자로서의 소개·동업행위를 하고 있어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대학교 총장이 ‘직접 강의와 연구에 개입하지는 않는다’거나, 쇼핑몰 경영진이 ‘입점업체 물품의 제조나 고객과의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해도, 이들을 변호사에게 종속된 광고도구 이상의 경영관리자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플랫폼은 21세기의 통치자계급이다'는 말대로, 변호사소개·법률소비자 유인 플랫폼 역시 이미 변호사들의 경영관리자의 지위에 있습니다. '주주의 왕국' 변호사쇼핑몰의 입점사업자이자 신민에 불과한 변호사들은 만장일치로도 경영관리자인 플랫폼의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우월적 지위에 대항할 수 없습니다.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법률소비자를 유인하는 변호사 쇼핑몰을 운영해 변호사들의 경영관리자 지위에서 변호사의 법률사무를 통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변호사법의 취지 그대로 금지되어야 합니다.

 
공공 변호사쇼핑몰의 소유권과 통제권은 변호사단체와 법무부가 갖고, 문과적 경영전략은 연구용역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취합하여 활용하며, 이과적 IT기술은 사기업에게 구매·임대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공익사업 구조는 독자적이거나 비현실적인 것이 아닙니다. 철도·도로·수도 등 다양한 공익사업은 공공이 독점하여 통제하고 있음에도 민간 전문가와 기업들의 역량과 혁신을 활용하는 구조를 취하면서 원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공 변호사쇼핑몰은 공익사업식 구조를 통해 지속가능하며 공정한 방식으로 운영하여 국민의 사법신뢰와 변호사의 독립성을 보호하면서도,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역량을 집결시켜야 할 것입니다.

 

 

김기원 변호사(법무법인 서린·한국법조인협회 회장)

Next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