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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과 함께

[법의 신과 함께] 외국인보호제도가 ‘개선’ 되기 위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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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일, 법무부는 외국인보호소 공무원들이 대기 중인 외국인에게 가혹행위를 가한 사실을 인정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법령을 개정하고 시설을 개선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를 계기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 등 제도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법무부는 ‘개방형 보호시설’을 도입하겠다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화성외국인보호소 학대 사건은 대한민국의 출입국 정책이 크게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법무부와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스스로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고도 정작 피해자에게는 사과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가 원하는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며 그대로 가해자들의 감시와 통제를 받도록 했다. 계속된 인권침해는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재차 법무부에 대한 권고를 결정하고 법무부가 이를 따르면서 끝났다. 피해자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가혹행위를 당하며 신체적, 정신적 외상을 얻었지만 가해자들, 혹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피해자의 치료는 시민사회의 도움으로 겨우 지속되고 있다.


가혹행위 피해자에 사과 없이
‘재발 방지’ 개선방안 발표 후
피해자 잇따라 형사고발
피해 회복 위한 노력부터 해야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뿌리 깊은 악습을 외부에 알린 ‘내부 고발자’에게 본때를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각오인 듯하다. 2021년 5월을 시작으로, 공무집행방해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에 대한 연쇄적 형사고소를 시작했다. 법무부가 인권침해를 스스로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한 이후에도 형사고발 두 건이 더 접수되었다. 고발 내용은 모두 2021년 ‘새우꺾기’ 가혹행위 전후, 당시 피해자가 저항하며 공무원을 때렸다거나 물건을 부수었다거나 하는 내용으로 대동소이하다. 경찰서로 피해자를 주기적으로 소환하며 괴롭히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과연 몇 달 간격으로 유사한 내용에 관한 형사고발을 반복하는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혐의 상당 부분에 대하여 수원지방검찰청은 불기소 결정을 하였다.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서 절박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었던 ‘정당행위’라는 것이다. 화성외국인보호소측은 기어코 불기소 결정에도 항고하여 다투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보면, 법무부는 진정으로 이 사건을 성찰하며 교훈을 얻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재수 없게 걸린’ 직원들을 위로하고, 사기를 북돋울 방안을 고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로 이 사건의 후속 대책이라며 올해 초 발표한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은 신체구속 장비 13종을 대거 추가하는 등 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의 강제력 행사를 용이하게 하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결국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 끝에 이달 8일, 이와 같은 내용은 철회되었다. 한동훈 장관은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대신 출입국 공무원에게 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결해야 할 문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참신한 해결책이 제시되는 데에는 이 논의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에 원인이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가혹행위 사건으로 시작된 제도 개선 논의에 정작 사건에 대한 성찰과 그 결과에 대한 수용,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회복을 위한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참에 아예 외국인의 구금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과연 한편으로는 사건의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한 형사고발을 지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이러한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고민하는 일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직 늦지 않았다. 어쩌면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이 무위로 돌아간 지금이야말로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법무부는 피해자에 대한 고소·고발을 멈추라.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진지한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라. 이 첫걸음을 아프게 걷는 것만이 진정으로 제도가 ‘개선’되기 위한 고민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한재 변호사(사단법인 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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